한은주 제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겨울이 찾아 오면 제일 설레는 이유는 붕어빵을 먹을 수 있어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퇴근한 아빠가 들고 온 붕어빵 봉지는 필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봉지를 조심스레 열면 팥이 들어 있는 붕어빵부터 슈크림이 들어 있는 붕어빵까지 붕어빵들은 필자에게 골라 먹는 재미도 줬다. 아빠가 사오지 않은 날엔, 단단히 껴입고 나가 포장마차 앞에 줄을 서서 사오곤 했다. 

2월에 생일인 필자는 소원이 붕어빵 3만3000원 어치를 받는 것이다. 현재는 붕어빵 가격이 올랐지만 예전 붕어빵 가격에 맞춰 보면 3만3000원 어치는 붕어빵 주인이 서비스로 하나를 준다고 가정했을 때 붕어빵 100마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붕어빵 100마리는 필자에게 정말 대단하고 간절한 소망이었다. 매년 붕어빵 100마리 먹기 소원 성취는 실패하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붕어빵 탐방 여행도 계획 중이다. 미니 붕어빵부터 피자 붕어빵 같은 새로운 붕어빵까지 다 먹어 보고 싶다. 요즘 얼마나 다양한 붕어빵들이 나오는지. 제주도에 산다는 이유로 새로운 붕어빵을 접하는게 힘들기 때문에 더 해보고 싶은, 새로운 컨셉의 여행이다.

직접 붕어빵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구입한 기계로 필자가 먹고 싶은 재료를 원없이 넣어 만드는 상상, 이리저리 뒤집고 뜨거운 붕어빵을 호호 불면서 배부를 때까지 먹는 것은 벌써부터 설레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내 소망들은 현재까지도 손에 쥔 채 아직 놓지 못한 동심을 쫓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보기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붕어빵이나 찾고 있으니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 우리의 인생을 다 채워가는 게 정말 막막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것 없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하고 이뤄가야 하니까. 끝없는 실패와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은 정말이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한다. 힘든 시기, '슬럼프'라고도 한다. 많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잠시 뒤를 돌아봐라. 무언가로 인해 행복한 기억이 가득하지 않나. 필자에게 그 무언가란 붕어빵이다. 인생의 앞만 달리다보니 과거에 행복했던 기억, 붕어빵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의 모든 것이 처음이였던 필자 자신을 너무 채찍질만 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또 여기까지 달려온 필자를 이젠 사랑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방법은 과거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야한다는 것, 앞을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를 온전히 아껴주고 사랑해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좋은 기억만 가득한 채 떠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까.

필자는 영원히 붕어빵을 사랑하고 붕어빵을 위해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또 붕어빵과 함께 간절한 소망들을 다 이룰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얼 사랑하고 행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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