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노동이란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정해진 감정표현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일을 말한다. 늘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고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해야 하는 서비스업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감정노동자들은 고객을 직접 응대하기 때문에 부당한 언어폭력과 인격적 무시 등 인권침해에 상시 노출돼 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이다보니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말한마디 못하고 참아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주지역 감정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는 서비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구조 특성상 감정노동자 비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제주도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조사한 제주지역 감정노동자 근로실태에 따르면 도내 감정노동자는 전체 임금근로자 25만6489명 가운데 39.5%인 10만1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감정노동자 비율인 31.2%보다 8.3%포인트가 높다.

감정노동자가 많다보니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역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센터 설문결과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 욕설 등을 당한 감정노동자는 43.6%에 달했다. 신체접촉이나 성희롱(6.8%)에 차별대우(5.3%), 위협과 괴롭힘(4.9%), 신체적 폭력(4.3%)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고객들의 이처럼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감정노동자들은 그냥 참고 받아들이거나(42.6%) 감정을 억누르고 친절하게 대하고(34.5%)고 있었다. 고객의 감정을 더 자극하거나(58.1%) 직장 이미지(33.7%), 상사나 조직의 질책 및 불이익(6.4%)이 우려되는 탓이다.

기업의 고객 응대에 있어서 친절과 배려가 기본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고객들의 지나친 요구나 폭언, 협박까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취급은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감정노동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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