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생존희생자 유족 사진전 '다시 봄'
다음달 31일까지 4·3평화공원 전시실

 

거대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망각을 강요당했던 4·3 유족들의 아픔을 무엇으로 형용할 수 있을까. 그들이 아픔에 머물지 않도록 기억을 공감하고, 그 기억을 끝이 아닌 새로운 평화를 위한 시작점으로 승화시키는 사진전이 열린다.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대표 강정효)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오임종 회장 직무대행)는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다시 봄' 사진전을 열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이 후원한 이번 사진전에는 4·3 생존희생자와 피해자 유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 104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시를 기획한 김은주 작가가 올 한 해 제주 곳곳을 돌며 사각 프레임에 담아온 사진들이다.

무거운 주제 만큼 하나 하나의 장소가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었던 장소로 돌아간 사진 속 인물들은 절절한 그리움과 회한, 상처가 얽힌 복잡한 심경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김은주 작가는 "사건 현장은 피하고 싶은 곳이자 괴로운 기억을 호출하는 장소"라며 "촬영기간 내내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는 과정이 많은 분들로 하여금 마음 놓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는 또 "'다시'는 'again'이 될 수 있고, 긴 시간(多時)도 될 수도 있다. '봄'은 계절과 '보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아름다운 제주의 봄은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아픔을 지닌 시간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이 다시 봄을 기다리며 이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는 국내·외서 민중항쟁 및 민간인 학살 사건 다큐사진을 전문으로 담아오고 있으며 2011년 광주에서 5·18 광주 민중항쟁 희생자들의 어머니를 담은 '여기, 여기…오월 어머니'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2015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날아가 광주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오월 어머니회'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4·3평화공원을 찾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전시회 이후 사진 속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작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문의=723-4344.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