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강릉 펜션 참사 남의 일 아니다

일반주택 분류 소화기·화재경보기만 설치하면 영업
소방안전규제 미적용...불법행위 전국 3번째로 많아

지난 18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농어촌민박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참변이 일어난 펜션의 경우 농어촌민박 시설로 등록돼 일반 숙박시설과 달리 안전시설·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제주 역시 3000곳이 넘는 농어촌민박이 운영되면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소방대상물 미포함

제주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농어촌민박은 올해 6월말 기준 3734곳으로 파악됐다.

농어촌민박은 '민박' 상호 대신에 '게스트하우스'나 '펜션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제도 미비로 도내 농어촌민박 상당수는 소방설비가 미흡하거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과 제주도 농어촌민박시설 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연면적 230㎡ 미만의 농어촌민박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화기 비치와 객실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만 설치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에도 농어촌민박은 숙박시설이 아닌 일반 주택으로 분류돼 소방 전수조사는커녕 표본점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소방시설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돼 있지 않아 호텔 등 일반 숙박시설에 적용되는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설치는 의무대상이 아니다.

이번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스보일러와 관련, 가스 누출 경보기 설치 규정조차 없는 상황이다.

또 일반 숙박시설처럼 방염 커튼이나 페인트 사용 규제도 없는 등 상대적으로 화재에 취약하다.

소방특별조사에 있어서도 규모가 크거나 화재취약 대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다 농어촌 담당부서나 위생부서 등 자치단체도 상·하반기 점검만 진행할 뿐 안전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대부분 주택을 지어놓은 뒤 민박 신고를 하다보니 소방법 적용에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업주의 안전 의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인증제 1% 불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농어촌민박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제주에서 734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이는 경상남도(1225건)와 강원도(813건)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것이다.

유형별로는 농어촌정비법 연면적초과가 393건으로 가장 많았고, 실거주위반 182건, 공중위생관리법 미신고숙박영업 105건, 건축법 무단도용변경 49건 등 순이다.

제주도가 농어촌민박 편법 운영과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 역시 사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제도 시행 이후 시설 및 안전관리, 법규준수, 위생관리 등 5개 분야 20개 항목을 충족해 인증을 받은 업체는 지난 10월 기준 39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1% 가량만 안정인증을 받은 셈이다.

때문에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확대와 함께 강릉 펜션 사고를 감안한 안전분야 항목에 대한 제도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농어촌민박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매월 가스누출과 배기통 이음매를 점검토록 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권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