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송년회

회식. 연합뉴스

한해 뒤돌아보며 마무리하는 송년회
음주 회식에서 문화·나눔으로 변화
선물·여행·격려 나를 위한 시간 필요

몇 년전 재개봉 열풍을 가져왔던 영화 '이터널 선샤인'. 영화속 남자 주인공 조엘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잊기위해 아픈 기억을 골라 지워주는 회사를 찾아간다. 물론 영화속 설정이지만 저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는 법이다.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마음으로 새해를 기다리는 연말이면 더 그렇다. 어느새 막바지에 이른 2018년, 의미있는 한 해의 마무리 어떻게 할까.

망년회에서 송년회로…음주에서 문화·나눔으로

한 해를 돌아보고 마무리하는 송년회는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변화했을까.

광복 직후에는 '보넨카이(망년회)'라고 해서 연말 모임을 가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고생을 잊어버리자며 '부어라 마셔라'하며 술을 마셨다고 한다. 원래 보넨카이는 연하장을 보내는 것과 함께 일본의 세시풍속이라고 한다.

1960~1970년대는 망년회·술년회로 요약할 수 있다. 한마디로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났던 시기다. 올해 안 좋은 거 다 잊어버리자며 1차, 2차, 3차까지 이어졌다. 속된말로 '꼭지가 돌 때까지' '필름이 끊겼다'라는 말이 등장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1980년대는 망년회가 일본식 표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잊을 망(忘)'자 대신 '보낼 송(送)'자로 송년회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도 망년회든 송년회든 술 마시는 문화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소위 걸리면 벌주로 한잔 더 마시는 '노털카(놓지 말고 털지 말고 마신 다음 카~ 소리 내지 말고 마시기)'같은 유행어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1990년대 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는 서민들에게 '술 권하는 사회'가 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소비적인 술판을 지양하고 술을 덜 마시는 대신 볼링을 치거나 영화·연극을 감상하는  레저·문화 송년회로 변화한다. 또 와인전문가 등을 초빙해 그 분야를 체험해보는 학습 송년회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는 음주보다 나눔 같은 활동을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연말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봉사 송년회가 등장한다. 119(1가지 술로 1차만 밤 9시까지 끝내자), 112(1가지 술로 1차만 2시간 이내로 하자)라는 말이 나오며 만취 송년회에서 벗어나 절주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한해 마무리

아무리 간소화 분위기가 대세라지만 연말은 연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송년 모임 몇개는 있기 마련이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가 있는 송년회도 좋다. 모처럼 마음이 맞는 벗들과 술 한잔 나눌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적당한 음주는 긴장을 풀어주고 기분을 좋게 한다. 사람들 간 소통으로 안 좋은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이와 함께 한해를 뒤돌아보며 나를 위한 송년회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열심히 달려왔지만 남는 것은 기쁨과 만족보다 후회와 아쉬움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잠시나마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나라도 나의 편이 돼 나를 위로해 보는 것이다.

올 한해 바쁘게 사느라 나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면 남은 기간만이라도 나를 위한 선물을 해보자. 갖고 싶었던 물건이면 좋고 책이나 다이어리 같은 선물도 괜찮다. 또 하루나 반나절이라도 나를 위한 힐링 여행을 추천한다.

혹시 내 자신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잠시나마 나에게 따뜻한 칭찬을 해보자. 너무 가혹한 기준으로 나를 채근하기 보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격려도 필요하다.

주위 사람들의 비판에 상처받았다면 그런 말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삭제 시켜버리자. 남의 말에 너무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기에 나 자신은 너무 소중하다. 

과거의 실수가 후회된다면 나 자신을 한번쯤 용서해 보자. 그런 선택을 한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의 것을 떠나 보내야 새로운 것이 온다.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기대해볼만한 것이다. 더 나은 새해를 기대하면서 지친 나를 다독여 보자. "수고했어, 올해도".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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