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간이 두 발이 아닌 두 손을 땅에 짚고 세상을 산다면 그 삶의 모습은 어떨까. 땅 속으로 뿌리를 내려야 할 나무가 하늘을 향해 뿌리를 내린다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 비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이 미술작품으로 현실로 드러났다. 그것도 철저하게 경험을 토대로 한 작업이어서 더욱 살 떨리게 한다.

 제주조각공원 신천지미술관 정관모 대표가 오는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홍익빌딩 소재 라메르에서 선보이는 조각전 ‘미친 세월(CRAZY YEARS)’. 이 전시는 지난 99년 총장 후보로 선거에 임하면서 겪었던 아픔과 분노를 ‘거꾸로 선 나무’에 오롯이 담아냈다.

 정 대표는 지난 99년 총장 후보로 선거에 참여했다. 1차 선거에서 교수들에 의해 1위에 뽑혔지만 재단은 2위 득표자에게 총장 자리를 맡겼다. 그 여파로 학내에선 ‘민주교권 침해’‘교권 수호’를 외치는 교수들의 항거가 2년 가까이 메아리를 쳤다.

 이번 전시는 2년 가까이 민주교권을 외치면서 항거했던 동료 교수들의 힘겨운 투쟁의 산물인 셈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박탈당한 오늘의 인간군상이 한갓 대지에 뿌리박기를 포기한 ‘거꾸로 선 나무’나 다름없는 허구의 존재라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생명법이 뒤바뀐 거꾸로 선 나무, 미친 사람의 헝클어진 머리칼 같은 뿌리를 하늘로 올리고 그 기둥에 선홍의 붉은 색으로 새겨 넣은 형상들은 ‘물러가라’‘퇴진하라’‘민주수호’‘교권수호’‘각성하라’는 절규와 울부짖음의 표상이다.

 송두리째 뿌리가 하늘을 향하여 거꾸로 서있는 나무기둥은 모든 가치관과 규례의 뒤바뀜을, 작품 전체의 캄캄한 검정색은 암흑과 같이 무엇하나 분명치 않았던 그간의 세월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선홍의 붉은 색은 원상회복을 촉구한 피맺힌 의지의 표관과 절규와 상흔의 상징으로 이 작품전은 학내 사태의 기록이자 모뉴망이다. 서울전에 앞서 이 작품들은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선뵀다. 전시문의=02-730-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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