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서귀포의료원은 지역거점공공병원이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공의료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다. 

공공의료서비스란 여러 가지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꼭 필요하지만 돈이 안 돼서 민간병원에서 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적자가 많이 난다고 호된 질책을 받았다.그래서 도에서 받는 내년도 의료원운영비지원금도 많이 삭감됐다. 물론 적자가 나더라도 의료원이 맡은바 역할을 잘 해서 시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었다면 크게 나무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기 그지없다. 

종합병원이 원래 수익성이 매우 낮은 업종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비가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나 삼성병원 같은 대형병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이 의료수익은 적자고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의료원은 사정이 더 나쁘다. 적자가 많이 날 수밖에 없는 공공의료서비스를 포기하고 적자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적자가 나더라도 공공의료서비스를 계속해야 할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공공의료서비스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지방의료원이 그런 목적을 위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요즘 영리병원 문제로 제주도가 뜨겁다. 그래서 공공의료강화가 더 절실한 시점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지방의료원의 설립목적이 아니다. 적자를 따지기 시작하면 공공의료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의료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병상 수 기준으로 10%도 안 되고 기관수 기준으로는 겨우 5%남짓이다. 공공의료가 거의 100%인 영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는 물론 일본의 40%, 미국의 25%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낮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료원법 및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강릉에서 난 사고 때문에 요즘 관심이 높아진 고압산소치료실은 의사를 뺀 직원 인건비만 매년 1억이 넘고 유지비도 2000만~3000만원 정도 드는데 지난해 수입은 4000만원도 안 됐다. 이런 공공의료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정부에서는 착한적자라고 부른다. 서귀포의료원은 의료수익만 따지면 매년 30억에서 50억원 정도 적자가 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착한 적자에 해당된다. 

밖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하지만 올해 서귀포의료원은 환자 수나 수익측면에서 신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수익은 전년대비 약 14%정도 증가한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수익 적자도 많이 줄어든 15억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모두 다 착한적자일 수는 없다. 도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의료원은 운영을 더욱더 철저히 해 세금을 내는 도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어느 정도 적자는 감수하더라도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서귀포의료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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