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논설위원

관광업은 비교적 작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다른 사업에 비해 수익률도 높고 고용 효과도 좋다. 전세계 관광객의 숫자도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관광수입이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11%를 차지한다. 나라에 따라서는 40%에 달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관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라고 일컫는다. 그러면 제주도도 그 황금알을 거두어 들이고 있는가. 대답은 노(No)다. 왜 그런가.

제주 관광객 규모가 한때는 연간 1700만명이 넘어섰다. 그런데도 왜 황금알을 낳지 못하고 있는가. 우선 외국 유명 관광지와 비교할 때 1인당 지출액이 낮다. 그 이유는 관광객이 지갑을 열 만한 곳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공료는 항공사로 가니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되며, 호텔료, 렌터카 요금, 식비, 그리고 쇼핑에는 제법 이익이 있을 법하다. 그런데 특급호텔들은 수익금은 본사로 들어가고 대형 렌터카도 비슷한 양상이다. 식비는 대체로 현지에 떨어지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고 보면 수익금의 상당액이 쇼핑에서 발생한다. 그 대부분도 면세점이 거둬들이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면세점에서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명 호텔체인 2개가 운영하는 면세점의 매출액이 63% 정도로 집계됐다. 그 이익금이 고스란히 본사로 송금되고 제주도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무수한 관광 자원과 시설이 있기에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것이고 그 때문에 면세점 수익의 상당부분을 제주의 지역경제로 환원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들어 외국의 대규모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어 도내 관광 연관 사업체들의 운영이 위기라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반대로 관광객 숫자로 인한 오버투어리즘의 폐해만 더할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객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방도를 없는지 살펴보자. 문화 프로그램은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섭불리 추진하기 어렵다. 안전한 방도부터 시도한다,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의 경우, 인터넷 티켓 판매가 개시되자 마자 몇 초 만에 매진된다. 외국 공연의 경우 다른 나라 팬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 그렇다면 흥행은 따논 당상이다. 공연 장소도 수만명을 수용하는 월드컵 경기장이 서귀포에 자리잡고 있고 새별 오름 무대와 같은 자연 속 무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십만의 팬들이 몰려들 것이고 공연 즐기러 오는 김에 며칠 머물다 가고자 할 것이다. 

외국의 유명 공연팀을 끌어오는 방법도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수년째, 수십 년째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은 소속 기획사가 몇 개의 팀을 동시에 굴리고 있다. 그 중 최우수 팀을 제주 무대에 올리면 역시 국내·외에서 많은 팬들이 몰려올 것이고 저절로 질 중심의 관광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한 바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코딱지만한 섬에 버려진 화물창고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길거리 음식 매장을 설치했더니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래서 자연스레 관광명소가 됐다. 여기에 문화공연패가 나타나고 야외 음악무대가 설치되고, 더불어 쇼핑 매장까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편히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쇼핑하는 '낙원의 섬'으로 탈바꿈했다. 한편 제주시에서도 원도심 지역을 재개발해 문화공간으로 꾸미려는 노력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문화에 목마른 도민들의 숙원이기도 하고, 관광객들을 모으는 기획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국제 전문가들이 모여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많이 내어놓았다. 머지않아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의 겨울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썰렁하다. 여기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원도 대관령에서 매년 열리는 여름 음악제는 낮에는 청년 음악도를 위한 뮤직캠프가 진행되고 밤에는 훌륭한 연주회가 개최된다. 겨울 날씨가 가장 온화한 지역인 제주도에 겨울 뮤직캠프를 설치해 중문에 자리한 국제컨벤션센터(ICC)의 무대를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해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 이미 탄생했고, 해녀 물질 학교와 체험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 좀 더 표준화해 보급을 늘려보면 제주도의 정체성을 살리는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려면 관광객들이 재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외국 관광지를 다녀보면, 택시, 식당, 숙소에서 당하는 불친절한 종사자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제주도 대학에서는 관광관련 전문인력을 연간 2500명 가량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도민 전체가 섬 주인으로서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다함으로써 방문객들이 '제주의 정'을 느낀다면 그들은 다시 제주를 찾을 것이다. 조용한 친절 캠페인, 마음과 마음을 잇는 캠페인이 필요하고, 이에 제주 언론도 앞장서주면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제주 관광이 황금알을 낳기 위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 출신 정치인, 관광업 종사자, 시민, 미디어 모두가 한 목적을 향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 전체가 명품이 되고, 관광이 황금알을 낳고, 지역경제가 그 황금알을 나누어 갖는 선순환적 구조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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