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행복주택·웰컴시티 좌초

말그대로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협치(協治)는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선행하겠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협치를 가장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다. 주민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론화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면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생략하거나 생색내기로 추진하면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도 '주민 협의와 공감대 형성'이라는 협치가 실종되면서 원희룡 도정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도시개발 사업들이 잇따라 폐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립과 제주공항 주변을 개발하는 웰컴시티 조성사업이다. 

제주도는 지난 20일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청사 부지(제주시청사 이전 예정지)에 70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제주도개발공사 용역결과 행복주택 건립 타당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한 까닭에 공공청사 부지를 미래세대와 도민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공공시설용지로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2016년 8월1일 원 지사의 일방적인 발표 후 2년여만이다. 

당시 제주도는 공론화 과정 없이 시민복지타운 내 시청사 부지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의 행복주택 건설 공모에 응모, 그해 9월 선정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시민복지타운 내 경관 훼손은 물론이고 도심 녹지공간 파괴, 연삼로·연북로 교통체증 유발 등 난개발 피해를 도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지 선정부터 충분한 도민의견 수렴과 공감대 조성이 우선이지만 제주도가 이를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결과 인근 도남동 주민과 도의회,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부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웰컴시티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제주국제공항 주변 지역 개발구상인 '웰컴시티' 계획을 장기과제로 넘긴다고 23일 밝혔다. 사실상 사업 폐기다. 

웰컴시티는 제주공항 주변 164만9000m²를 제주 관문도시, 복합도시,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중교통 환승이 이뤄지는 광역복합환승센터를 비롯해 상업·의료·숙박, 특화공원, 5000가구 주거지, 학교복합문화·업무지원시설 등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을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하고 내년부터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었다.

당초 이 사업은 복합환승센터가 시작이었다. 항공기 결항사태 때 관광객 대중교통 이용 불편과 제주공항 주변의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어느순간 웰컴시티 개발로 용역이 변경됐다. 결국 지난 7월 웰컴시티 개발 용역결과가 발표되자 큰 논란이 일었다.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도의회, 정치권 등에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신도시' 개발 정책을 너무 성급히 터트린 탓이다.

성공적인 정책은 입안 단계부터 주민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로 공감대를 조성하는 협치 행정이 필수다. 하지만 원 도정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후에 주민설명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하는 앞뒤가 바뀐 행정으로 도민 반발을 자초했고, 결국 사업이 잇따라 백지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책의 백지화는 단순히 그 정책이 '없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찬·반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과 대립, 행정 및 예산 낭비와 행정 신뢰도 추락은 물론 나아가 도민 역량을 고갈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주민이 정책 결정의 주체

원 도정은 이번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과 웰컴시티 사업의 백지화를 뼛 속 깊이 새겨야 한다. 지방자치시대에 정책 결정의 주체는 주민이다. 주민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하는 독단 행정으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한들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민선6기에 이어 민선7기에도 도정운영 원리로 내세운 '협치'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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