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야기로 비극과 감동 풀어낸 한 해

제주4·3 70주년 등 의미 있는 한해 예술계 집중 조명
오페라·제주소재 공연 창작 활발…문학상 수상 화제

오페라 '이중섭'의 한 장면(자료사진).

2018년 제주문화예술계는 '문화예술의 섬' 제주를 향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했다. 각 장르에 걸쳐 수상과 신작 발표가 잇따르면서 제주를 풍성하게 했고, 한편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 제주 문화계를 2회에 걸쳐 결산한다.


# 4·3 70주년 문화예술 조명 활발

지난 4월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렸던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자료사진).

제주4·3 70주년을 세상에 알린 제주 문화예술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3희생자위령제 추념사를 통해 현기영 소설가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치하하면서, 그간의 어려움을 보상받고 전국화·세계화의 선봉에 섰다.

4월 3일부터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추모 물결이 이어진 가운데 7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70주년 4·3항쟁 광화문 국민문화제가 열렸고, 이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에는 박물관 개관 이래 하루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우며 역대 특별전 중 최고 호응을 이끌어냈다.

제주4·3 70주년 문화예술축전이 4·3을 전후해 열렸다. '기억투쟁, 70년을 고함'을 주제로 기존 체험 부스와 평화예술난장, 거리굿에 4·3역사집체극 한라와 예술포럼을 추가해 묵직한 울림을 던졌다.

제25회 제주4·3미술제가 4월 한달간 열려 4·3의 현재적 해석을 시도했고, 국내 민중미술 1세대 거장들이 참가한 4·3평화재단의 기획전시인 '동아시아 평화 인권전'도 눈길을 끌었다.

또 3월부터 6월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가 열려 제주를 포함해 광주와 하얼빈, 난징, 오키나와, 타이완, 베트남 등에서 벌어진 제노사이드와 국가폭력의 결과를 조명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제주작가회의는 4월 4·3평화공원 일대에서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이란 기치 아래 전국문학인 제주대회를 열어 70주년 이후의 문학적 과제를 성찰했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대 평화연구소는 11~12월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오키나와전의 기억과 그림'전을 공동개최해 학살의 기억을 도민들과 공유했다. 제주·오키나와 미술작가들은 또 교류전시회를 갖는 동시에 타이완 작가들을 더해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켜 평화예술을 통한 연대를 이어나갔다.

4·3 유족으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도 창단 1년을 기념한 첫 공연을 이달 갖고 평화와 인권을 노래했다.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4·3유족회는 이달부터 4·3평화기념관에서 생존희생자와 피해자 유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 104점을 모은 '다시 봄' 사진전을 열고 있다.

# 오페라·제주 콘텐츠 주목

지난 10월 열렸던 뮤지컬 '만덕'의 한 장면.

올해는 1948년 명동관에서 '라 트라비아타'가 공연된 이후 한국오페라 7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로, 이를 기념해 다수의 명작 오페라 무대가 제주에서 열렸다.

3월 제주출신 강혜명 소프라노 등과 제주 음악인들이 협업한 전막 공연 '라 트라비아타 : 동백꽃 여인'이 시작을 알렸고, 8월에는 라루체 앙상블이 도내 신진 성악가들과 함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선보였다.

제주출신 김수정 메조소프라노가 이끄는 글로벌오페라단은 8월 서귀포 오페라 페스티벌을 통해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를 도민들에게 선물했다. 

또 제주오페라연구소는 11월 오페라 '토스카'를 제주에서 처음 선보였고, 오페라팩토리는 '피가로의 결혼'에 연극형식을 도입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제주 소재 콘텐츠 개발도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서귀포시의 창작 오페레타 '이중섭'은 올해 세번째를 맞아 9월 '비 바람을 이긴 기록'이란 부제로 드라마틱한 시대 속 예술가로서의 비중을 늘리고 음향을 보완하는 등 대폭 변화된 내용으로 관객을 맞았다. 

위대한 제주여인 김만덕도 빠질 수 없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제주시의 '뮤지컬 만덕'이 1월 초연 후 10월부터 유료공연으로 7차례 열려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홍윤애와 조정철의 비극적 사랑을 담은 창작연극 '섬에서 사랑을 찾다'는 11월 데뷔 무대를 가졌다. 제주적 스토리에는 충실했지만 흥행과 방향성에 다소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 출판·수상 잇따라

이종영 시인의 시집「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문학가에선 올해도 다양한 출판과 함께 반가운 수상 소식이 잇따른 한 해였다.

4월 이종형 시인(제주작가회의 회장)이 자신의 삶에 얽힌 제주4·3을 표현한 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로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5·18기념재단이 주최한 5·18 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나기철 시인은 여섯번째 시집 「지금도 낭낭히」로 10월 제5회 풀꽃문학상 본상과 이달 제1회 서정시학상을 각각 수상했고, 허영선 시인은 시집 「해녀들」로 제3회 김광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연구소장은 「일곱개의 별과 달을 품은 탐라왕국」으로 제주학회 학술상과 함께 7월 발표된 올 상반기 세종도서(교양부문)에 뽑혔다.

제주문학상에는 김종호 시인의 시집 「날개」가 선정됐고, 올해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김소윤 작가의 장편소설 「난주」도 최근 출간돼 독자들을 만났다.

출판계에서는 '제주도 지역출판 진흥 조례'가 2월 제정돼 열악한 도내 출판업계가 숨통을 트게 됐다. 다만 지역출판 진흥계획 수립과 지역출판심의위원회 운영 등 구체적인 조치는 미흡해 제주도의 노력이 주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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