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특정 시기에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은 뉴스와 소문 외에도 어떤 지수가 회자되는지로 쉽게 알 수 있다.

1857년 통계학자 엥겔이 제시한 '엥겔지수'는 가계지출액중 식료품비의 비중으로 빈부간 삶의 질 수준을 숫자로 제시했고, 1912년 통계학자 지니가 제시한 '지니계수'는 한 나라의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수로 오늘날에도 널리 쓰인다.

이외에 각국 통화가치를 쉽게 알 수 있는 '빅맥지수', 심리학자 로스웰 등이 2002년 발표한 '행복지수' 등도 있다.

올해는 '갑질지수'가 화제를 모으면서 시대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만든 지수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막연하게만 느끼던 갑질의 정도를 수치화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1월 출범 때부터 1년간 접수한 △부당한 업무지시 △폭언 △따돌림 △차별 △괴롭힘 △사비로 비품 구매 △회식·행사 참석 등 직장내 갑질 제보 2만2810건을 바탕으로 10개 영역에 걸쳐 68개 문항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직장인 1000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을'들이 느낀 갑질 평균 점수는 100점(매우 나쁨) 기준으로 35.0점이었다. 40점이 넘는 갑질도 68개 문항 가운데 16개에 이른다.

특히 '부하 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42.0점), '외모, 연령, 학력, 지역, 비정규직,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40.8점) 등 상급자가 부하직원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갑질도 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주에서도 제주대학교병원의 모 교수가 직원을 상습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커졌다.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제주대 멀티미디어전공 교수가 폭언·인격모독·성희롱 등으로 파면된지 불과 1개월만에 또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학 안팎에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각각의 기관·기업·학교 등에서도 갑질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