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논설위원

우리나라의 쓰레기가 필리핀의 한 섬에서 커다란 산이 돼 악취 등으로 지역 주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과정이야 어찌됐던 간에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른 나라에서 오히려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쓰레기에 관심을 갖고 종량제와 분리배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지난 1995년부터다. 1980년대부터 부분적인 분리수거에서 지난 2003년 분리표출표시에 대한 지침이 만들어졌다. 그 후 지난 2011년 분리배출표시가 개선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율은 약 60%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쓰레기는 누가 배출하고 있는가.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편리성을 이유로 많은 배달음식이나 식당에서 파는 포장음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포장음식을 주문하고, 받고, 마지막으로 먹기 위해 포장음식을 개봉하는 순간 우리에게 딸려오는 1회용품은 숟가락, 젓가락, 티슈 1장, 그리고 그들을 흩어질까 걱정되어 묶어둔 고무밴드가 있다. 여기서 음식물이 담겨 있는 통과 반찬 4가지 등 결국 뚜껑을 포함 10가지의 플라스틱이 발생됐다. 이쯤 되면 음식물쓰레기는 최소화했을지 몰라도 또 다른 쓰레기를 우리가 생산한 셈이 돼 버렸다. 

제주도에서 지난해(잠정치) 1일 생활폐기물발생량은 1332t이다. 지난 2016년 1305t에서 2%가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의 1162t에 비해 10%p 이상 증가했다. 1일 생활폐기물발생량의 약 58% 정도가 재활용되며, 소각 319.4t, 매립 244.7t 등이다. 생활폐기물의 매립 비율이 지난 2014년 26% 가까이 되던 것에 비해 20% 아래로 감소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각과 매립의 비율이 50% 가까이 된다는 점에서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높지 못한 실정이다.

제주시는 회천을 비롯한 한림, 구좌, 추자, 우도 등  5곳의 쓰레기 매립시설이 있다. 색달, 남원, 성산, 표선 등 서귀포시 역시 4곳의 쓰레기 매립시설이 있다. 

총 9곳의 쓰레기 매립시설 가운데 회천매립장은 잔여매립량이 5% 미만으로 포화상태다. 쓰레기매립장 사용기간만 놓고 보면 이미 회천, 한림, 구좌는 사용기간이 이미 지났거나 올해 안에 도래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제주도내 쓰레기 매립시설은 1일 배출량을 놓고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쓰레기에 대처하는 자세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일본의 도쿠시마 가미카쓰 마을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미카쓰 마을은 '쓰레기 발생 자체를 막자'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미카쓰 마을에 인근 마을에서까지 불법투기가 이뤄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스스로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했다. 초기 9가지에 불과한 분리수거 종류는 지금은 13품목 45종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재활용율이 81%까지 확대했다. 

가미카쓰 마을에서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깨끗하게 세척한 뒤, 뚜껑과 라벨, 본체를 따로 버린다, 종이류 역시 신문, 잡지, 포장지, 광고용 전단지 등 종류별로 묶고, 과자 등 식품 포장용 박스는 조립을 풀어 납작하게 만들어 배출한다. 캔 역시 알루미늄, 스틸, 스프레이용 등 재료와 용도별로 일일이 구분한다. 재활용을 위해 쿠루쿠루숍을 설치해 재이용·리뉴얼숍을 운영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100% 퇴비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2020년 쓰레기 발생량을 제로로 만들어 완전한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겠다고 야심차게 목표를 세웠다.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쓰레기는 자원이다'라는 구호가 다시금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버리는 것이 환경을 깨끗하게 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가 쓰고 있는 지구를 잘 쓰고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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