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랫폼 절차·조급증 거센 비판…비엔날레 경찰수사
수장 교체 분위기 전환…예술공간 확대 속 활성화 주문

2018년 제주 문화예술계는 다양한 시도로 결실을 맺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굵직한 사업들이 실적 부족이나 조급한 추진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가 하면 미술관 수장이 경찰조사를 받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편으로는 올해 문화계 수장들이 대거 새 얼굴로 교체되면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분전하고 있다.


△아트플랫폼·비엔날레 후폭풍

재밋섬(자료사진).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재밋섬 건물에 문화예술복합공간인 (가칭)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5월 공개하면서 "공공장과 공연연습장 확보를 통한 공연예술 활성화"라는 기대와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는 찬반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해당 사업을 위해 재단이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계약금 1원, 위약금 20억원이라는 비상식적 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비롯해 절차적 부당성과 계약의 위험성, 사업타당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제주도감사위원회가 계약의 적정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고, 그럼에도 제주도는 건물 리모델링 비용 60억원중 지방비 45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아트플랫폼 시설비 출연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결국 부결되면서 사업은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도내 예술단체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국비 확보와 공연예술 활성화 등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강행하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했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지난해 개최한 '제주비엔날레'도 후폭풍이 올해까지 이어졌다.

당시 김준기 관장은 "지나치게 조급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으면서도 예정대로 행사를 개최했다. 이듬해인 올해 제주도의 승인 절차를 무시한 채 예산을 집행한 혐의로 김 전 관장이 경찰조사를 받았고, 결국 당시 운영과장과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파행 운영의 여파로 내년 비엔날레 개최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하지만 어렵게 마련한 국제미술행사를 포기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많아 도립미술관은 비엔날레 정상화를 위해 자문회의와 워크숍 등 전문가 의견을 거쳐 내년 2월 도민 공청회 등으로 공론화할 계획이다.

△문학관·산지천갤러리 등 미흡

산지천갤러리.

제주문학인들의 숙원인 '제주문학관' 건립은 올해 들어서야 본격화됐다. 3월 제주한라도서관 사거리 동쪽 도남동에 3172㎡ 규모로 부지를 확정해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중이며 내년 하반기께 착공해 2020년 개관할 전망이다.

제주문학관에는 상설·기획 전시실과 수장고, 연구실, 교육실, 북카페, 사무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2003년 논의가 시작된 후 2008년 제주문인협회의 '문학관 건립 성금 모금운동' 등 치열한 노력과 부지 변경 등 우여곡절 끝에 15년이나 뜸을 들인 것 치고는 문학인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문학관을 지역의 자연·인문환경과 연계한 타 지역과 비교하면 제주를 대표하는 문학공간이 되기에 부족한 입지라는 것이다. 지역 문화와 정신을 담아낸 공간에서 창작하고, 산책하고, 담론을 논하기를 바랐던 문학인들에게 이번 결정은 '과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와 예술공간 확보를 위해 조성된 '예술공간 이아'와 '산지천 갤러리'는 올해 관람객이 하루 수십명에 불과해 올해 활성화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개관한 산지천갤러리는 사진전문갤러리로 방향을 잡았지만 개관 초기 예산 부족과 맞물려 같은 기획전만 수개월 지속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관련 토론회를 통해 사진거리 특화, 상설·기획·대관전시실 분리, 서점·라이브러리 전문화 등을 제안했다.

이밖에 제주의 무형문화를 재현하는 제주도 무형문화대전이 일반의 저조한 관심으로 탐라문화제와 통합을 요구받으면서 내년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알뜨르비행장에 설치될 예정이었던 중국 우웨이산 작가의 설치작품 '가파인망'도 설치 장소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미뤄지게 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고경대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 등 새 얼굴들이 문화계 수장으로 올해 임기를 시작해 변화를 향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끝>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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