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추워지는 날씨에 누구보다 더 힘겨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도내 임금체불 노동자들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들뜨고 흥겨운 분위기도 이들에게는 남의 얘기다.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해 당장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자칫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도 빈 손으로 맞는 것은 아닌지 시름이 깊다.

제주지역 임금 체불 실태가 심각하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 노동자는 모두 4039명으로 체불금액은 143억8100여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4487명·135억5000여만원과 비교하면 임금체불 노동자는 9.9%(448명) 줄었지만 체불액은 오히려 6.1%(8억3100만원) 증가했다. 12월 신고 접수분까지 고려한다면 지난해와 체불액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체불은 지역경기 악화에 따른다. 제주도에 주소지를 둔 사업장의 임금체불 규모가 2856명·107억200여만원으로 지난해 2632명·51억5000여만원에 비해 피해 노동자나 금액이 모두 증가한 것이다. 특히 체불금액은 갑절 이상이나 급증했다. 이는 무엇보다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렸던 도내 건설경기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면치못하면서 임금체불도 늘고 있다. 도내 사업장 중 건설업의 임금체불 규모가 1052명·40억100만여원으로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임금체불은 노동자 자신은 물론 가족을 모두 피폐하게 만들고 가정의 평화까지 위협한다. 더구나 체불임금 피해자는 대부분 일용직과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들이다. 임금이 먹고 사는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일 수 있다. 많지도 않은 월급인데 그마저도 미뤄진다면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임금은 노동자들이 땀흘려 일한 정당한 대가다. 어떤 경우에도 제때 지급되는 것이 마땅하다. 제주도 당국은 물론 관련 기관 등이 적극 나서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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