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선 제주교통연구소 책임연구위원·2017/2018 라이온스 제주지구 총재

세밑이다. 

몇 년전만 해도 연말연시 길 거리에서는 자선냄비 종소리가 들리고 사랑의 온도 시계탑은 하늘을 향하면서 각 언론사에서는 이웃돕기 성금모금 경쟁이 이 때쯤의 모습이었다.

우리네 서민들은 해가 바뀌기 전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차라도 한 잔 나누자며 끼리끼리 모여 밝은 얼굴로 새해를 맞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송구영신의 인사말을 카톡이 대신한다. 

이런저런 이모티콘을 만들어 서로 돌려가며 인사를 나눈다. 세태에 뒤 떨어지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복사한 인사말을 나 자신도 보내고 있음이 참 아이러니다.

세월이 흐르고 추억을 되 살려 보면 그립고 아쉬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후회가 "좀 더 베풀 걸, 참을 걸, 즐길 걸"이란 말을 들을 때면 봉사단체의 일원으로서 조금 더 움직여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영국의 옥스포드나 캠브릿지 대학은 박사가 많이 배출됐거나 과학적 연구실적에서 세계 일류가 아니라 국가나 사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평가기준으로 삼아 세계 일류학교로 부른다. 학교 발전기금을 많이 낸 순으로 흉상이나 얼굴, 이름을 새기는 우리의 사고와 좀 다르게 이 학교 교정에는 각종 재난이나 전쟁에서 희생된 졸업생들의 얼굴이 각인돼 있다. 

국가나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는 수도 없이 많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라이온스는 국제적인 봉사단체로서 100년의 역사 속에 기근구제, 시력보존, 환경보전, 청소년 등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간 1억명에게 도움을 주는 단체로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처장관 출신 국제회장이 시력우선 사업을 주창해 지난 15년 동안 어린이 실명 예방 등 2700만명의 시력보존과 730만건의 백내장 시술, 300곳의 안과병원을 지었다. 이 중에는 평양의 라이온스 안과병원도 있다. 내년에는 두 번째 국제회장이 우리나라에서 배출된다. 이 또한 기대가 크다.

제주지구는 3000여명의 회원들이 각 분야에서 매년 20억원의 봉사실적과 4억여원의 기금을 국제재단에 기탁하면서 지구촌 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 기금은 2016년 태풍 '차바'의 피해 때는 구호기금으로 지원을 받은 적도 있다.

또 지난해에는 인기가수 초청 공연수익으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와 매칭해 교통약자 이동을 위한 1억5000만원 상당의 승합차 5대를 기증했고 모범 청소년 500여명에게는 3000여만원 상당의 입장권을 나누었다. 또한 공동모금회의 제주지역 1호 나눔 리더스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2020년에는 제주 컨벤션 역사상 가장 많은 3만여명이 일시에 모이는 국제 행사가 제주에서 열린다.

이미 대회준비를 위해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주지역에 500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효과가 있는 큰 잔치를 성공적 으로 개최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외적인 요소 외에도 더불어 살아가려는 봉사는 그 자체로 자신이 즐거워야 하고 피봉사자 노출 등 나의 활동이 남에게는 부담이 없어야 한다. 

언덕길에 손수레가 지나갈 때에는 손이 필요할 뿐 돈도 떡도 필요없다. 즉 봉사는 꼭 금전적이지 않으며 재능봉사나 노력봉사, 시간봉사 등 관심을 갖고 보면 쉽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큰 이로움이 되는 일이 많다. 

법률이나 진로상담 같은 재능봉사나 도배 같은 조금의 경험이 필요한 일들이 당사자들에겐 아주 큰 일이다.

요즘은 학교에서부터 자원봉사를 배우고 실천하는 프로그램들이 많고 많은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제주의 조냥정신과 수눌음 품앗이는 당신이 먼저라는 정신을 바탕에 두고 나누고 돕는 문화다. 

살기가 훨씬 어려웠던 옛날의 주는 소리에 비해 오히려 요즘은 받으려는 소리가 커진 세상이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필자의 입장에서만 봐도 택시나 유치원, 영리병원, 신공항 같은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현안들은 모두 나를 위한 조금은 이기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내년에는 자선냄비의 종소리나 사랑의 온도탑이 뜨겁게 올라가는 요란한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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