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구좌읍 아끈다랑쉬 오름에서 열린 이생진 시인 "오름시 낭송회".<김영학 기자>
“삼나무밭이 멀어지고/내가 숨었던 뒷간이 멀어지네/ 내 가슴 헐리던 날 아버지가 넘어지고/어머니 어제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시네/이렇게 멀어지면 저 땅은 누구 차지야/소유라면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것인데/멀쩡한 땅 불사르고 어디로 갔는가”(이생진 시 ‘잃어버린 마을에서의 패러글라이딩’)

12일 북제주군 구좌읍 아끈다랑쉬 오름에서 이생진 시인의 오름 시낭송회가 열렸다. 이생진 시인이 글을 쓰고 화가 임현자씨가 그림을 그린 「제주, 그리고 오름」 출판 기념회를 겸해 열린 이날 시낭송회에서 이생진 시인은 나이가 무색하게 열띤 목소리로 격정적인 시 낭송을 들려줬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제주의 오름에서 시를 낭송하려 했다”는 이생진 시인은 4·3 당시 다랑쉬 오름 부근에서 죽어간 숱한 영혼들의 넋을 기리며 써간 시들을 연이어 낭송했다.

이 시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실린 시어들이 오름 등성이에 퍼졌고 약속이라도 한 듯 다랑쉬 오름 저편에서 패러 글라이딩이 솟았다.

「제주, 그리고 오름」의 그림을 그린 임현자씨는 “20년전 제주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오름에 빠져들었었다”며 “힘들 때 제주 오름 자락에 한동안 앉아있으면 왠지 모를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날 시낭송회에는 이생진 시인을 비롯, 김순이·양전형·문복주·김순남·김성주·오시열 시인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시 낭송회에 앞서서는 김순이 시인이 즉석에서 ‘오름의 숨결, 춤의 무대’라고 명명한 원음무용단 최은정 단장의 춤 공연이 진행됐다.

한편 이날 시낭송회에 참석자들에게는 이생진 시인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제주, 그리고 오름」이 증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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