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 전국화·세계화, 4·3 수형인 생존자 명예회복 단초…특별법 개정 차일피일
도민 갈등 진행형, 제2공항 등 주요 현안 해 넘겨, 경기 곳곳 위험신호 대응 주문

임중도원(任重道遠)의 한해였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그 어느 해보다 부각됐지만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을 곱씹으며 무술년을 보낸다.

지난 한 해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에서 두 번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70주기를 맞는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폭력 피해를 공식 사과했다. 10년 묵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찬반 갈등 현장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제주4·3 완전 해결을 필두로 갈등과 고난의 섬으로 점철됐던 제주 섬에 봄이 올 것이란 기대감도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무죄 판결 받고 눈 감겠다'는 4·3수형인 생존자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고, 공소 기각 또는 무죄 판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8년 만에 4·3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됐다. 5년 만의 4·3희생자 및 유족 추가신고로 1만8474명(희생자 290명·유족 1만8184명)이 접수했고 이중 희생자 185명·유족 6526명이 의결됐다. 대국민캠페인과 광화문 문화제, 전국 분향소 운영 등으로 4·3에 대한 국민인지도가 78.7%로 상승하는 등 효과를 봤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1년 넘게 계류되면서 빛이 바랬다.

6·13전국지방선거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 도지사를 배출하고, 제주도의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제기됐던 '균형과 견제'는 제2공항 건설 등 제주 주요 현안에 대해 논란을 피한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도민 사회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공론화조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제주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고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립계획, 제주공항 주변지역 개발구상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등이 잇따라 백지화 하면서 제주도정에 대한 신뢰 회복이 민선 7기 우선 과제가 됐다.

인구 증가와 관광객 급증 등으로 촉발된 하수·쓰레기 대란 등 임계치를 넘어선 사회 인프라 문제의 시급성이 도민 사회를 흔들었다.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장기 과제는 물론이고 버스준공영제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대응, 차고지증명제 시행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이면서 민선6기 도정이 제시했던 제주미래비전의 세부 추진 전략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된 점은 아쉽다.

관광, 건설 등 제주 주력 산업이 흔들리며 주요 경기 지표가 위험신호를 보내면 장기 표류 중인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신중한 판단도 주문됐다. 

제주산농산물 해상운송비 지원·제주국립해사고 설립 등 도민 숙원이 다시 해를 넘기게 됐고 6단계 제도개선을 내용으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도민 사회의 역량 결집이 절실해졌다.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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