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유영하다

기록 보다 기억 문화다양성 인정 통한 가치 극대화 주문
일제강점기부터 오늘까지 '제주 정체성' 상징 의미 부각
'무에서 유를'…세계화·현지화 동시 접근 등 관심 필요

말 그대로 '유산'의 시대다. 제주해녀와 해녀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특히 그렇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국가지정무형문화재, 그리고 올 해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농업유산까지 다양하다. 국내 지자체 등의 경쟁은 물론이고 국가간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인정을 받는데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인정 후 작업들은 더디고 단편적이다. 이 과정에서 오늘 제주가 있기까지 밑돌 역할을 했던 해녀들의 기억을 유산으로 접근해 가치를 짚어보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 역동성의 상징으로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의 가치를 인정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평가했고, 우리나라 역시 무형문화재로 접근 통로를 추가했지만 제주해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아우르며 당시 제주를 도출하고 연결할 수 있는 장치로 '해녀'를 빼놓을 수 없는데다 문화다양성 측면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고 보면서도 경제적 이익에 적극적인 어업 집단 등 협의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둘 다 틀리지 않다. 만약 보고 느낀 다른 설명을 꺼낸다고 하더라도 반박하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역동적으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했고 현실감각이 뛰어나 역사와 문화를 잇고 제주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라를 걱정하고 독립에 앞장선다는 거창한 이유를 붙이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지키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불의에 대응할 수 있었던 해녀들의 자존감이 오늘 제주를 만든 동력 중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활자로 남아있는 것은 증명할 수 있지만 더 많은 부분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전쟁 전·후 한국 여성들의 삶을 추적한 가와다 유키코의 기록물에는 「할머니의 노래」(ハルモニの唱)라는 제목이 달려있다.

흥얼흥얼 타령이라고 몇 곡조 뽑았나 했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초등학교라도 나오면 다행이지만 많은 해녀들이 어린 나이에 바다로 나가 나름의 몫을 했다. 그녀들이 뭔가 끄적거린 것을 찾아내면 다행이지만 한국어와 일본어가 섞인 화법에 몸에 각인한 사투리 끝자락에 그것을 찾기란 바늘구멍으로 낙타가 빠져나갈 만큼 힘든 일이다.

이런 사정이 달라진 이유 중에는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이 세계 유산을 활용한 「세계 시민, 세계 유산을 품다」 교재를 출간한데서 찾을 수 있다. '제주 세계문화유산과 제주해녀문화를 중심으로'라는 부제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 인증에 따른 환경자산 가치를 공인했고, 제주해녀문화를 배경으로 내세웠다.

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공동체 문화와 공존·상생의 모델로 관심을 끌었다.

교재는 제주의 세계 유산을 통해 평화, 인권, 문화 다양성, 지속가능한 발전 등의 세계 보편적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세계 유산과 세계 시민 교육 △제주 세계 자연 유산과 인류무형문화유산 △제주 세계유산교육 수업 가이드 △세계 유산을 활용한 세계시민교육의 방향 등으로 정리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은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 인증으로 환경자산 가치를 공인 받았다.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공동체 문화와 공존·상생의 모델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 보편적 가치 창출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성과를 긍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글로컬라이제이션 통한 일보 전진

주저리 주저리 자신의 삶과 당시 사정을 풀어내는 것을 노래로 들었고 했다. 그렇게 남겨놓은 것들을 '기억유산'이라 명명한다. 인증서 같은 것은 없지만 적어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제주 여전사들의 존재와 능력을 평가하는데 이만한 기준은 없어보인다.

소명과 생성이라는 운명적 순환 고리도 인정해야 한다.

과거 공급과 소비 중심의 개발 환경 아래 현 상황은 균형 감각을 잃고 흔들리는 수준의 변명 말고는 설명이 어렵다.

제민일보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해녀를 통해 제주사를 다시 읽는 작업은 기억유산이란 장르를 만들어 문화와 어업으로 나뉜 이중적 잣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해녀라는 키워드 하나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전·후로 나눠 살피면 역동성 등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절이 그랬고, 주어진 환경이 그랬다. 모든 것이 낯설고 험난한 시절이지만, 해녀들은 꿈과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고, '무 (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문화유산의 범주를 확대하면 디지털 등을 통해 남긴 개인 문화물도 포함할 수 있다. 흔한 축제처럼 타이틀만 바꾸고 빤한 내용에 원하는 것만 취하는 것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문화다양성을 확보하고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Globla+Localization)에 힘을 실어야 한다.

유산은 미래 우리 지역에 정말 의미를 가지고 훌륭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제대로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재료를 쏟아내고 최신기술을 내세우기 보다는 콘텐츠에 적합한지를 검토하고 완숙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그 판을 짜는 작업이 올해 시작된다. 도는 해녀의 전당과 '해녀마을' 조성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해녀 양성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있다.

해녀의 전당은 국비 145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290억원을 투입해 해녀박물관 부지 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연면적 6600㎡, 건축면적 1650㎡)로 조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르면 2020년 실시설계를 적용해 2022년을 전후해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녀의 전당 조성 사업 등은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검토해왔다. 해녀문화 중장기 발전전략에 포함된데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로 실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기존 해녀박물관의 국립화 논의 등이 맞물리며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제주해녀(유산)마을'은 지붕 없는 생태 박물관 형태로 문화와 어업 등 복합유산적 성격을 반영할 수 있는 인프라로 논의되고 있다.

또 하나의 타이틀을 얻을 것인지, 문화콘텐츠 활용 기회를 열어 고부가가치 영역군에 포함할 것인지는 꾸준히 살펴 결정해야 한다. 제민일보는 올해 이런 부분들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하고 4·3 71주년 사업 일환으로 '독도 제주해녀'의 삶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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