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까지는 '청년'

나이와 노동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연합(UN)이 2015년 재정립한 '평생연령 기준'을 보면 △0~17세 미성년자(minor) △18~65세 청년(youth) △66~79세 중년(middle-aged) △80~99세 노년(elderly/senior) △100세 이상 장수노인(long-lived elderly)으로 나뉜다. 65세까지는 국제사회가 공인한 '청년'으로 활발히 뛰어야 할 나이라는 것이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신중년'이라는 말이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신중년(5060세대)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 일자리 등에 종사하며 노동시장에서 은퇴를 준비중인 과도기 세대를 뜻한다. 

'고령자'나 '노인'이라는 단어가 노동시장에서 은퇴해야 하는 연령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에 비해 신중년은 활력있는 생활인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은 정책적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지역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되는 점도 나이에 대한 개념 재정립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도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8년 9월 기준으로 9만5566명이다. 도 전체 인구 66만6141명의 13.8%에 해당하는 수치로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도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0년 15.3%, 2030년 24.5%, 2040년 32.6%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심화되고, 특히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를 맞아 2020년부터 사회적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제주지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8만6000명 가량으로 제주인구의 13.3%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을 '노인'이 아닌 신중년으로서 맞춤형 일자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재취업, 창업 등 현실의 벽

그러면 우리나라의 신중년들은 현재 어떤 일을 찾아 나서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인생2막 경로는 정년 연장과 재취업, 자영업 창업, 벤처형 창업, 귀농귀촌이 대표적이었다. 각각의 경로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은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정년 연장에 성공하는 경우는 정년퇴직자의 단 7.6% 정도에 그치며, 세대간 일자리 전쟁 성격을 띠고 있어 정부·지자체·기업 차원에서 나서기도 어렵다.

재취업에 나선다면 퇴직 전보다 대폭 떨어지는 고용의 질에 좌절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퇴직후 재취업자의 60%가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임금도 장기근속자에 비해 1/3 수준에 불과하다.

퇴직금과 대출 등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니어 창업의 경우 50대의 54%, 60대의 65%가 카페, 음식점, 주점 등 요식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절반 이상이 3년내 폐업하는 실정이다. 기술직의 경우 벤처형 창업도 있지만 성공사례는 극소수다.

2016년 기준 귀농, 귀어, 귀촌 인구의 30%가 신중년으로 나타났지만 초기 소득감소와 일자리 부족, 지역주민과의 융화문제 등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사회서비스, 환경, 교육·상담 유망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노동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신중년들의 이같은 일자리 문제는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정부가 2017년 8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5060세대를 고령자·노인 대신 '신중년'으로 규정하고 주된 일자리(30세 전후)→재취업 일자리(50세 전후)→사회공헌 일자리(61~72세)로 이어지는 인생 3모작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기업의 전직 지원서비스 의무화, 신중년 특화 훈련 확대,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창출장려금 지급, 재창업 패키지 1000명 확대, 신중년 인프라 통합·연계 등이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행정·기관 차원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는 일자리, 취미 문화, 생활 건강, 사회 안전을 중심으로 노인정책을 추진중이다. 주차질서 지도 등 공공형 일자리와 관광도우미, 보육교사 도우미 등 9만40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는 한편 경제적 자립과 사회공헌 등 인생재설계를 위한 '탐나는 5060프로젝트' 등도 시행했다.

기관이 시행하는 사회공헌 일자리도 다양하다.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이 진행하는 JDC 이음일자리사업도 그중 하나다. 만 40세 이상 중장년층 퇴직 예정자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재취업과 제2의 인생설계를 지원해주는 재도약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인생 후반기 '앙코르 커리어'에 적합한 일자리는 지속적인 수입 외에도 개인적 의미와 성취, 사회적 영향과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유망한 분야는 국가·시장을 제외한 시민사회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교육, 사회서비스, 카운슬링, 코칭, 사회적경제, 환경 등이 그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능력, 시간 등 유무형의 자원을 단순히 나이 들고 오래된 것이라고 방치하는 것이 아닌, 미래세대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이제 긴급한 사회적 과제다. 김봉철 기자

[인터뷰] 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앞만 보면서 달려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퇴직 이후를 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인생 3모작을 위해서는 만 40세를 전후해 빠르게 생애경력 설계에 나서는게 현명하다"

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사진)은 신중년들이 인생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인생설계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소장은 "신중년들은 자신들이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를 활용한 일자리를 찾는데, 실제 퇴직 이후 나와보면 그런 일자리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중년층이 되면 삼모작에 대한 미래설계를 미리 해나갈 필요가 있다. 생애경력설계를 통해 자신의 생애를 주기별로 나누고 그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중년이 겪게 되는 많은 시행착오중 하나가 무턱대고 창업하는 것으로,70~80%는 3년 이내 폐업하는 실정"이라며 "그렇다고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들려고 해도 스펙과 나이가 부담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또 지금까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는 사례가 많다"며 "직업 적성과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으로, 재직중 워크넷이나 취업지원기관,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직업적성검사나 성향 진단 등을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 소장은 신중년 구직자들에게 필요한 자세를 당부했다.

첫번째로 강조한 것은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다. 퇴직시 고위 임원이라 할지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데'라는 생각에 머물러서는 구직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강소장은 '내려놓기'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폭넓은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두번째는 구인정보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구직중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주변에 적극 알려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제주지역은 공개된 일자리보다 숨은 일자리가 더 많다.

세번째는 도전의식을 갖추는 일이다. 평판, 체면에 얽매여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도전할 것을 당부했다.

강 소장은 "구직자들의 자세 외에 기업과 지역사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꺼리거나 기계·컴퓨터에 미숙할 것이라는 편견 등 중장년을 바라보는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지자체도 단순 노인일자리를 넘어 민간과 행정간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공헌 일자리를 비롯해 신중년의 경험과 경력,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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