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융합디자인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의 도심 속을 걸어보면 화려한 것은 대부분 간판들이다. 게다가 크고, 눈부시고 강렬하다. 

간판은 거리의 표정으로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며 하나의 문화 형태로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만들기도 하고 시각적 공해로 지역의 정체성까지 훼손할 수도 있다. 인터넷과 미디어가 발전하기 전까지는 행선지를 물어서 찾아가고 근처에 도달했을 때에는 먼발치에서도 보이는 간판으로 확인했지만 요즘은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비롯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원하는 장소를 단번에 찾아갈 수 있다. 이제는 간판의 크기가 클 필요가 없고 자극적인 것 보다는 개성있고 차별화된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제주다운 간판이면 더할 나위 없다. 각각의 상점들이 상점만의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주다 보면 간판들 속에서 그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업주 개개인의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 주변의 간판보다 더 보여지기 쉬운 위치에 더 크게, 더 눈에 빨리 띄는 선명한 색만을 고집하게 되고 이는 그 거리, 그 지역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민의 의식이 전환돼야 한다. 도민들이 간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간판정비, 개선하는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간판들의 대부분은 관련 조례나 규제사항을 어긴 불법간판 들이다. 벌금 및 과태료 대상으로 행정부서의 관리 대상이 된다. 그 전에 사업자 스스로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개성이 넘치면서 주변 상점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조례에서 벽면인 경우 영업장 폭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면 가로로 최대한 넓게 만들고, 단층건물 지주이용 간판인 경우 건물지붕 높이까지 허용한다고 하면 최대한 높게 제작하고자 함이 지금까지의 행태였다. 여기에 현수막과 유리창의 시트지, 현란한 LED 조명까지 우리는 매일 마주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시대가 지나갔고 아님을 광고주나, 사업자, 업계 종사자들이 인식했으면 한다.

간판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도 이문(利文)도 고려해야 할 것이지만 전문가인 만큼 의뢰자의 생각을 넘어선 디자인을 제시해 업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도시의 경관 질서를 바로잡는 일도 성실히 수행해 줘야 한다. 간판제작을 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업체에 의뢰를 할 뿐이다. 주문하는 과정에서 간판 본래의 목적인 상점의 특성과 상품의 판매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건물과 잘 어울리면서 옆집과도 조화를 이루고 제주다우면서 도시미관에 일조할 수 있는 간판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최근에 도는 디자인 관련 부서를 디자인건축지적과에서 행정부지사 직속, 도시디자인담당관실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디자인기획팀, 유니버셜디자인팀, 공공디자인팀으로 구성해 업무의 전문성을 추구하고 활성화되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그 시작의 일환으로 디자인 관련 학계와 기업, 협회들과 소통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빨리 가는 것 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자 함을 시사하고 있어 서'다. 이러한 접근이나 시도를 한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도시디자인담당관실에서는 간판의 수, 간판의 크기 제한, 불법간판 제거 및 관리, 옥외광고업 조건, 설치 위치와 형태 등 규제와 관리를 하게 된다. 제주의 정체성(Identity)을 담아내어 제주다움을 그려내고자 하는 시작을 간판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간판디자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별로 특색있고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활성화를 꾀했으면 한다. 상점을 알려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간판이 모여 그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역마다의 이미지는 도시환경과 제주의 정체성(Identity)을 표현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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