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70만 제주도민 '평화의 섬'이 '평화롭지 못한 일'로 365일 분주하다. 환경, 교통, 개발, 일자리, 물가, 의료, 안전 등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예전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땟거리 걱정을 하던 '제주 하르방'의 얘기는 책장 속 구술 자료가 돼버렸고, 이제 새롭게 생긴 고민거리들은 하나하나가 해결방법이 녹록치 않다. 

문제의 본질을 곱씹어 보면 연관 산업까지 감안해서 제주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관광산업이 핵심이다. 지난 10년 제주관광산업의 압축 성장과 성과는 눈부시다. 1970∼1980년대 신혼부부들의 성지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과 저가항공 취항, 올레길 개발, 유커 러시 등으로 매년 1500만 명이 찾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명소로 성장했다. 수학여행, 개별여행, 인센티브관광, 컨벤션, 크루즈, 내국인, 외국인, '제주 살이' 단기 이주민까지 제주공항의 타임 슬롯(시간당 총 운항횟수)은 전 세계 1위를 달리며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 

제주관광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를 싸게 팔 것인가. 아니면 다르게 팔 것인가' 벚꽃이 일찍 피는 지방 도시들의 생존 위기감 속에 10년 후 제주가 육지의 어느 지방 도시처럼 인구절벽과 고령화로 탄력을 잃을지 아니면 제대로 된 수용력을 갖춰 동북아 관광허브로 진정한 '보물섬'이 될 것인지를 궁금해 한다. 

제주관광은 지금까지 순탄한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기술과 제도를 학습하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역할을 잘해왔고, 천혜자원과 행정, 방송매체가 관광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성장이 가져온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경관과 청정은 훼손되고 관광의 부가가치는 지난 2016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한국은행 제주본부 '제주지역 관광객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자료), 과잉관광(Over-Tourism)에 대한 지나친 공포, 그리고 최근엔 영리병원과 난민문제 등 제주에 대한 부정적 이슈들이 여과 없이 육지로 전달되면서 자연환경과 행정, 미디어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내국인 관광객마저 줄며 '이제 제주에 올 사람 다 왔다' 라는 관광업계의 우려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우리 국민 해외여행 3000만명의 시대다. 일본으로의 출국자만 700만명이다. 미식 여행과 골목·시장·거리 등 당일치기 근거리여행과 '어른이 놀이터' 같은 체험여행, 환경을 고민하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Z세대들의 '개념여행'이 올해 여행 트렌드로 예고되고 있다. 제주서 시작된 '한달살기' 열풍이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인스타의 마케팅 바람을 타고 베트남, 태국, 심지어 포르투갈, 스페인, 헝가리로 옮겨가고 있다. 가성비(합리적 비용)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관광과 여행, 그리고 해외와 육지 사이에서 제주관광의 넛 크래커(Nut cracker) 신세를 우려하는 이유다.

올해 제주관광은 또 다른 성장의 길목에 있다. 어쩌면 없는 길을 새롭게 만드는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이어야 하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철학과 과학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동안 밖을 보며 꿈을 꿔왔다면, 지금은 차분하게 안을 들여다보는 정리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제주의 매력은 무한대다.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지친 삶에 용기를 주는 여행자의 자유가 있는 곳이다. 오히려 해외관광에 치인 이들이 긴 호흡을 가다듬는 곳이다. 분명 제주는 여행 속의 여행이다. '기승전제주' 물론 제주가 좋은 평판을 받아야 하고, 제주다움이 지켜졌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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