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설계] 송석언 제주대학교 총장

2019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국립대학육성사업은 물론 올해 상반기에 시행예정인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전면 개편된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본격화되는 해다.

교육당국에서는 이 사업들을 통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을 주도해 자생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공공성 및 경쟁력 강화, 지자체와의 연계 강화를 통한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이러한 요구는 학령인구감소로 촉발된 대학구조조정과 연계돼 있다. 이것이 지난해에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우리 대학이 3주기 대학평가 준비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대학의 변화를 견인하는 리더로서 올해는 '미래 교육환경 변화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대학역량 강화체계 구축'을 목표로 대학을 운영하고자 한다. 이 목표는 5대 핵심과제를 통해 실현될 것이다.

첫째,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해 취임식에서부터 첫 번째로 손꼽았던 현안문제는 '인권침해 예방 및 대응'이었다. 그래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대학 연관검색어 1위는 인권과 관련된 부정적인 단어였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중단하지 않겠다. 

인권에 대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활발하다는 것은 대학 가족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문화가 정착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체계를 구축하면서 소통을 강화해나가겠다.

둘째,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발전을 실현하겠다.

우리대학은 제주지역 유일의 국립대학이면서, 전국 10개 거점국립대학교 가운데 하나다. 현정부는 국립대학, 특히 거점국립대학이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성 강화를 통해 동행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지난해 국립대학육성사업에서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담장 없는 대학사업'을 기획하여 우수사례로 평가받았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는 올해에는 교육, 연구, 봉사라는 대학의 고유기능은 물론, 문화와 산업 분야에서도 제주도민과 동행하는 발전을 실현해나가겠다.

셋째, 교육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가장 큰 교육환경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요구다. 2021년으로 예정된 3주기 대학평가에서는 더 이상 일방적인 대학입학정원조정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책당국에서도 일면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한 대학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고등교육 공공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가 상호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점에 유의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자율적 구조 개혁이 추진될 기반을 조성하겠다.

넷째, 미래 성장 동력인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산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기술 고도화, 고령화 및 인구절벽 등 시대변화 속에서 위기 속 기회 발굴과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간 통상전쟁, 글로벌 금융시장 급변, 노동시장 변화 등은 산업계에서도 앞다퉈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연구 개발 역량 강화에서 출발한다. 우수한 연구자들을 확보하여 연구과제 발굴 및 연구 몰입도 향상에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마지막으로 재정운용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겠다.

앞서 제시한 4개의 핵심과제는 재정운용의 자율성과 효율성이 확보될 때 수행될 수 있다. 대학 재정은 등록금과 정부의 재정지원, 대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발전기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정부는 이전과는 달리 상향식 재정지원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정책당국에서도 요구하고 있지만, 국립대학육성사업비와 혁신지원사업비 등 재정지원사업의 총괄관리체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겠다. 학교 자원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활용하면서, 신규사업 및 발전기금 유치를 확대해 나가겠다.

지난해 필자는 대학은 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변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학문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은 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학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경종을 울리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총장으로서 변하기 어려운 학문 공동체인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선도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올해에도 변함이 없다.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걸음만 다가서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전한다. 올해 우리 제주대학교 가족 모두가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서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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