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담론, 휴식의 공간…모습 드러내는 '제주문학관'

구가도시건축·토펙엔지니어링 6월까지 설계…올 하반기 착공 2021년초 개관
전시실·북카페·수장고·교육실·창작실…4·3, 유배문학 등 체험형 기획전시
주차 25면 부족대비 사유지 매입 협의중…도 산하 체제, 개관 앞서 관장 공모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제주 문화예술계도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올 한해 힘찬 비상을 위한 준비작업에 분주하다. 제주문학관 건립 등을 비롯한 굵직한 사업과 행사를 중심으로 올해 문화예술계에 찾아올 변화를 '2019 문화가 줌인' 기획으로 담는다.

# 오랜 숙원 마침내 첫삽

제주 문학인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제주문학관'이 올해 착공에 들어간다. 2003년 논의가 시작된 후 숱한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올해 첫삽을 뜨고, 이르면 내년 12월께 완공돼 2021년초 개관할 예정이다.

연북로에서 복지로 사이 제주시 도남동 1218-3번지에 3172㎡ 대지 면적에 건축면적은 640㎡ 규모로 들어선다. 지상 4층, 주차장은 25면을 갖춘다. 

문학관 1층에는 기획 전시실과 북카페가 들어선다. 

기획전시실은 제주4·3문학, 유배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벽을 최대한 없앤 단순한 구조로 풍경을 향해 열려 있다. 

특히 제주도 문화정책과는 학생들도 쉽게 제주문학을 배울 수 있도록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목표로 동영상·사운드 등 미디어 장치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북카페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면서 문학인끼리, 또는 도민과 교류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2층에는 제주문학의 전반적 자료들을 전시하는 상설전시실과 수장고가 들어서게 된다. 상설전시실을 채울 콘텐츠는 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이어받는 문학관 운영위원회를 통해 선정한다.

3층은 세미나실과 교육실이 자리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문학의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민 문학학교를 비롯해 학생 문학교실, 발표회 등 문학 관련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4층에는 작가들이 창밖 열린 조망 아래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다수의 공간과 대강당, 문인단체실이 들어선다.

# 제주 정체성 함축

문학관은 창작, 발표, 교류 등의 기능적 역할 외에도 그 자체로 제주문학의 상징이라는 중요성을 지닌다. 제주 문화와 정신은 물론 자연과 인문환경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토펙엔지니어링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제주문학관 설계 공모에 당선된 구가도시건축의 콘셉트는 '풍경 속의 문학관'이다.

"척박한 자연과 끈질긴 삶이 일군 화산섬 제주의 풍경은 어느 터라도 피와 땀이 배이지 않은 곳이 없다. 그 속에 떠돌던 수많은 이야기를 기억과 상상을 통해 제주의 문학으로 잉태했다"는 설명이다.

삼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덮인 대지 속에 문학관이 담을 두르고 들어간 모습으로, 다채로운 정원과 풍부한 풍경 속에서 전시와 휴식, 산책 등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개방적인 구조로 계획했다. 

특히 문학관 외부공간을 통해 주제를 선명히 드러냈다.

건물 외부는 '큰물마당'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제주공동체의 중심인 큰물을 통해 문학의 근원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큰물은 척박한 자연 속에서 생명의 원천인 물을 둘러 만든 원형의 공간이자 사람들의 이야기가 피어난 '문학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풍경 속의 집'이라는 개념을 살려 주변 식생과 풍경을 적극 활용해 산책길·돌담길·바위정원 등을 조성, 휴식의 장소가 되도록 했다.

문학 이야기를 꽃피우는 산책길도 중요하다. 현재는 인근 한천을 따라 형성된 오라올레길과 연결되는 산책로를 조성하고, 문학관을 지나 한라도서관·제주아트센터로 문화 동선을 잇는다는 계획이다.


# 주차장 확대 과제 남아

제주문학관은 제주도 문화정책과 산하 제주문학관 운영팀 체제로 운영된다. 

2021년초 개관에 앞서 관장을 공모하고, 개관과 함께 관장이 운영팀, 문학관운영위원회와 함께 문학관을 꾸려나가게 된다. 건립 비용을 포함한 예산은 올해 48억원, 내년 45억2600만원 등 모두 97억원이다.

올해부터는 문학관 공사와 동시에 전시콘텐츠 자료조사와 소장품 구입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인접해 있는 사유지 매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행 계획대로라면 문학관 내 주차면수가 25개에 불과해 대형행사 때 혼잡이 우려되고, 대형버스 주차도 어렵게 된다.

부지에 인접한 사유지 845㎡를 매입하면 충분한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지만 현재 토지주와 협의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예산 추가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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