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설날이면 어른 아이없이 누구나가 즐겨듣고 부르는 이 노래는 지만철씨(44·화북동) 가족에겐 다소 생소하기만 하다. 지현(12)·지성군(9)등 두아들과 북한을 탈출,이곳에 온 지씨가족의 귀엔 그리 익숙지 않기 때문.

 지씨 가족이 한국으로 온 것은 지난 98년 5월. 91년부터 한국방송을 몰래 청취하면서 ‘발전되고 자유롭다’는 것을 알고 탈북을 꿈궈오다 결국 지난 96년 두아들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수백마일을 전전하다 미얀마 경찰에 붙잡혀 구류를 살고는 한국대사관에 귀순을 요청,북한탈출 1년6개월,만 550일만에 대한민국 품에 안겼다. 이후 지씨는 울산 현대자동차에 다니며 생활을 꾸려오다 지난해 9월 제주로 왔다.

잠시지만 전력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시청부근에서 잉어빵을 파는 노점상를 차리다 이 마저도 주변 상인들이 민원을 제기,할수 없이 접어야만 했다. 현재 지씨는 포장상자와 폐품등을 수집해 팔며 생활을 꾸리고 있다.

 이런 지씨가족에게도 설날을 앞둔 다소 들뜬듯한 분위기만큼은 어쩔 수 없다. 비록 북한에선 설날은 보내지 않고 양력으로 새해를 맞지만 여기에 와선 대부분 설날을 새고 있어 올해만큼은 설을 준비해 치를 작정이다.

 길거리마다 너도나도 선물 꾸러미를 들고 환한 얼굴로 분주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냥 앉아 있을 수만 없어서다.

 그렇다고 마음만은 가볍지 않다. 북에 두고온 어머님과 누이·동생들이 “명절은 어떻게 샜는지,지금 살아는 있는지,굶지는 않는지”온갖 생각에 가슴이 너무 아파오기 때문.

 지씨는 “북에서도 만두와 고기등 음식을 장만해 차례를 지내고 아이들에겐 5원이나 10원씩 세뱃돈도 건네준다”며 “이번 설날은 두 아들에게도 뜻깊은 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씨는 “연휴때마다 다른 아이들이 부모와 나들이 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때면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며 “통일이돼 온 가족이 함께 설을 지낼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한다”는 심경도 털어놨다.

 “북에 두고온 가족들을 위해서도 꿋꿋하게 살아나갈 작정”이라는 지씨는 “어떤 장사를 해서든 꼭 성공해 도움을 준 많은 분들게 보답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씨의 막내동생 지만길씨(32)도 탈북,현재 서귀포에서 생활하고 있다. 두형제는 앞으로 돈이 모아지는대로 식당등을 개업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이기봉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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