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국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오는 3월 13일에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제주도에서는 32개 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게 된다. 도내 선거인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주도 전체 인구가 약67만명이므로 복수가입이 가능함을 감안하면 도민 10명중 1명 정도 조합원인 셈이다. 도내 32개 조합이 제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조합장선거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합장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해 오고 있다.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선거를 치루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위탁관리를 하게 된 것은 금품선거를 근절하기 위함이다. 그간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금품제공 등 위법행위 단속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최초 위탁관리 이후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역량이 부족한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가.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조합원에게 조합장선거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누가 조합장이 되는지에 따라 조합 운영방식에 차이가 나므로 조합장선거는 조합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또 그간 현장에서 수많은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이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상당함을 알게 됐다.

어떤 이에게는 단지 귀찮고 번거로운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투표소는 몇 군데 없고 가장 가까운 곳도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후보들 얼굴은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누가 조합장으로서 일을 잘 할지 알 수 없다. 올해 수매가격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할 뿐 누가 조합장이 되더라도 나에겐 별 차이가 없다. 꼭 투표를 해야 할까.

또 어떤 이에게는 후보들의 지난 봉사활동에 대한 평가일 수 있다. 지역에서 한 일도 없이 선거에 나오는 것은 맞지 않다. 조합장은 조합원을 비롯해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다. 지난 봉사활동을 평가해 가장 나은 후보를 조합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어떤 이에게는 지금까지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일 수 있다. 우리 집안과 마을의 잔치, 제사 등에 왔었고 명절 때 인사 온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 후보들의 공약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 공약이 그 공약인 거 같다. 나에게 우리 집안에 우리 마을에 베푼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우리 집안, 마을, 동창회의 발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 집안, 마을, 동창회에서 당선자를 배출시켜야 한다. 직접적인 혜택은 없더라도 아무래도 여러 가지 면에서 조합장이 우리 쪽에서 나와야 좋은 것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피하고 싶은 것일 수 있다. 이 후보도 잘 알고 저 후보도 잘 안다. 너도나도 도와달라고 한다. 누구를 도와야 한단 말인가.

또 다른 생각들도 있을 것이다.

공직선거에 있어서는 금품제공 등 부정선거가 많이 사라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공적선거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 때문일까. 정치인의 노력 때문일까. 제도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일까. 어느 정도 영향은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일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있어 선거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선거문화가 바뀐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지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부터 '아름다운 선거 튼튼한 우리 조합'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명선거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개개인의 인식변화 없이 선거관리위원회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당장의 이익이나 과거의 은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선거는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결정이다. 이번 선거가 조합 번영의 토대가 되는 아름다운 선거가 되길 기원하면서 이 글이 조합원 각자 이번 선거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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