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교수·논설위원

공항은 도착과 출발의 장소다. 공항은 여행의 시작과 도착, 그리고 설렘과 만남의 기쁨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제주국제공항(제주공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주공항에서 항공기 출발과 도착 지연은 일상적인 현상이다. 항공기 출·도착 지연이 기상 상황에 따른 지연이 있지만 항공기 연결편으로 인한 지연, 제주공항 활주로 이착륙 포화 상태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항공기가 제주 상공에 도착해서 활주로 착륙대기로 10~20분간 체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체공하는 시간에 받는 느낌은 상쾌하지 않다. 비행 안전에도 불안하다.출발하는 제주 공항 라운지 공간은 면세점이 대부분 차지해 이용자들이 출발전 대기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면세점이 있어서 고객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나 다른 고객들의 공간이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제주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여행자들이 제주의 추억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잠시 쉬어 갈 의자가 부족하다. 의자 가죽이 헐거워 벗겨져서 앉기가 민망하다. 최근에 의자 시트를 교체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벽면은 광고 전광판으로 도배돼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라운지에 앉아서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와 짙푸른 바다색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 배치가 필요하다. 1~2분이 멀다하고 항공기 출발시간 지연광고 안내방송이 라운지 소음에 일등공신이다. 
시대에 맞춰서 개선할 사항은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 출발 공항 라운지와 비교하면 국제선 출발 라운지 상황은 더 열악한 환경이다. 제주공항 국제선 출발 라운지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 제주의 여유와 휴식의 맛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공간이다.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포장한 꾸러미들이 연이어 들어오면 물품을 정리하는 공간이 없어 라운지 바닥에서 구입한 물건 풀어서 놓아 시끄러운 시장바닥에 온 느낌이다. 관광객들은 바닥에 앉아 물품을 정리한다. 면세물품을 정리하는 데스크 시설조차 없다. 필자가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제주공항에 국제선이 도착해서 짐을 찾는데 20~30분 기다려야 한다. 항공사 직원은 "짐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 시설의 부족으로 시간이 지체돼 미안하다"고 답변한다. 기다림의 시간, 항공기 지연 출발 도착 이런 상황 모두가 항공기 이용 고객의 시간을 훔쳐가고 있다. 김포, 김해, 광주 국제공항과 비교해서 제주공항이 가장 불편한 싸구려 이미지를 주는 것은 왜일까. 제주의 품격이 무너지는 현실이다. 제주공항이 고객에 다가서는 배려 부족이다. 이 모두가 한국공항공사가 하는 일들이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영전략은 '고객 만족을 넘어선 고객감동실현으로 설렘과 행복을 전하는 공항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고 있다. 제주공항 국내선 공항 이용료는 4000원, 국제선 공항 이용료는 1만2000원이다. 제주 공항라운지에서 면세점 이용료, 기타 상품판매점 이용료, 식당, 식음료점 이용료, 주차장 이용료 등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한국공항공사는 고객 감동을 실현해 주길 바란다. 

제주도민도 제주공항의 운영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주에서 공항은 섬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교통요소다. 제주도민들이 제주공항의 현실 상황을 파악해 대안을 마련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제주 사회에서 공항은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과 문화와 산업의 연계망이다. 공항의 운영은 생물의 순환 장애가 발생하면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처럼 안전관리와 사전예방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제주공항이용이 불편해서 제주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감소하는 현실이 됐을 때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제주와 한국공항공사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제주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편의를 제공할 준비는 됐는가. 이 모든 것은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제주도민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 제주공항은 관광객에게 도민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제공하는 공간과 장소 그리고 시간이어야 한다. 제주공항의 품격은 제주의 품격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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