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해양고등학교에서 30여년간 교편을 잡고 있는 허형운(56) 교사. 그는 “교사와 학생을 학교와 공부만으로 평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첫 운을 뗐다.

그는 제주가 4면이 바다인데도 수산관련 학과가 홀대받을 수밖에 현실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허 교사는 “‘수산고 학생’은 ‘뱃놈’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학생들이 수산업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관심도 없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며 “정작 바꿔야 할 것은 교명이 아니라 실업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인식”이라고 말했다.

학교도 50년 동안 ‘수산’이라는 이름을 써왔지만 정작 학생과 학부모들도 ‘수산’이라는 이름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 지난 2000년 제주관광해양고로 개편하면서 종전 양식과, 기관과, 항해과, 냉동공조과가 폐과됐다.

현재 유일한 수산관련 학과인 해양산업과도 60여명의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지원자수도 매년 줄어들어 언제 퇴출될지도 모른다.

허 교사는 제주대 수산학과를 졸업하고 71년 성산수고에서 교편을 잡은 이래 줄곧 ‘수산업’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부임 10년만인 82년 실습선 한라호(160톤)를 직접 인수, 기존의 실습선 제양호(105톤)와 함께 두척의 실습선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실무습득에 전력했다.

또 지난 91년에는 혼자 힘으로 교내에 해양수산자료관을 만들었다. 해양수산자료관에는 해양자료 60여종 500여점을 전시, 도내 초등학생들의 해양탐구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승은 항상 제자들 앞에서 몸과 마음을 바로 해 모범이 돼야 하고 절대 계산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그는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진정한 교사라고 여겨 교감·교장 승진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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