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가 부실하다. 도내 관광지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한다며 이식한 수천그루의 나무가 말라죽었지만 속수무책이라니 말이다. 개발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해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사전에 줄이고 보전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일이다. 

라온레저개발㈜은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78만5147㎡ 부지에 숙박시설과 골프장, 오락·편의시설 등을 갖춘 '라온 프라이빗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2009년 시작돼 현재 1·2단계 공사를 끝내고 오락시설 등을 조성하는 3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라온레저개발㈜은 사업계획 수립 당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따라 훼손 우려가 있는 곰솔 2060그루를 사업부지내 녹지대, 원형보전지내 경작지, 커뮤니티센터, 식생분포가 빈약한 지역 등에 이식했다.

사업부지에 포함된 우량수목을 무조건 베어내기보다 옮겨심어 자연환경을 보존하자는 것이다. 취지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제주도가 지난해 3~10월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 결과 이식한 곰솔 2060그루 중에 2051그루가 말라죽고 살아남은 나무는 단 9그루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이미 협의내용을 이행했기 때문에 대체수종 이식만 권고할 뿐 별다른 행정조치를 취할 수 없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권고사항 역시 사업자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개발현장의 수목을 보호한다며 기껏 이식해놓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말라죽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래서야 환경영향평가가 개발 승인을 받아내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다. 수목 이식 후에 유지·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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