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제147호 천전리 암각화. 세겹 동심원의 추상적 기호는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구체적 대상묘사에서 한걸음 나아가 태양신이나 풍요의 기원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주술적 의미로 보인다.
 “live nanny die nanny, the thing-ot I problem-jay rodda”

 영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말도 아닌, 정체 불명의 문장의 뜻은 무엇일까.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해독하는 실마리는 이것이 신라시대 쓰여졌던 이두식 표기를 응용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죽다와 살다에 해당하는 영어 ‘live’‘die’와 우리말의 기능적 요소인 ‘냐, -이, -로다’ 같은 어미는 영어의 소리를 빈 이 문장의 뜻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다.

 대학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젊은 국어학자 4명이 쓴 「우리말의 수수께끼」는 만약 한글이 창제되지 않고 제2의 이두 시대를 지금도 살고 있다면 위와 같은 형식으로 뜻을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본다.

 이 책은 ‘우리말 우리글’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역설하지만 결코 바른말 곱게 쓰기와는 격이 다르다. 익숙하지만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말의 역사와 탄생의 비밀을 되짚어 본다. 또 으레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한번쯤 의문을 던진다.

 설총이 과연 이두를 만들었을까, 한글은 알파벳처럼 풀어쓸 수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통해 이 책은 우리말의 신비를 하나씩 벗겨낸다.

 저자들은 우리말에 대한 부담을 던지고 신라 사람이 되어 시를 써보고, 직접 세종대왕이 되어 최만리와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논쟁도 해보고, 독립신문을 교열하며 당시의 띄어쓰기를 직접 경험할 것을 권한다.

 고리타분한 우리말 교육이 아닌 우리말과 직접 몸으로 부딪히라고 권하는 책과 함께 뒹굴다 보면 우리말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짐을 느낄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