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m의 철사끝에 낚시를 묶고 그 위쪽에 비날을 매달아 하는 "고망우럭" 낚시.
 제주인들에게 바다밭은 또 다른 삶의 터전이었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해조류를 캐고 전복을 딸 때 사용하던 어구(漁具)들은 지금도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이다.

 어구에는 거친 숨비소리를 내뿜으며, 때로는 요동하는 파도와 싸우며 신산한 삶을 이어갔던 제주인들과 한국인들의 생활이 배어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학문적 연구는 대체로 문헌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제주대학교 박물관이 펴낸 「어구」는 한반도 어구의 학문적 접근을 위한 풍부한 기초자료를 제공해주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제주대학교 박물관이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의 도록으로 제작됐지만 단순한 도록으로 보기에는 그 내용과 형식이 만만치 않다. 한 권의 훌륭한 한반도 어구 개설서로도 손색이 없다.

 바다어구 380점, 강·호수·늪의 어구 39점 등 419점의 어구들을 통해 제주와 한반도의 어구의 실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또 어구의 실측(實測), 어구 사용자들의 채취 모습 등 170장의 관련사진을 수록, 연구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였다.

 책에 실린 거름용 해조류인 ‘고지기’를 따내어 담는 고지기 망사리, 우미(우뭇가사리)에 붙은 불순물을 떨어내는 적마께, 잠수하지 않고 썰물 때 갯가에서 물 속에 있는 미역을 베어 건져내는 줄아시 등의 모습에서 타지방의 그것과는 다른, 제주 어구만의 특징을 볼 수 있다.

 특별전의 형식을 빌려 나온 책자가 한 권의 묵직한 책으로 발간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제주대박물관 고광민 학예연구사의 힘이 컸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인 어구 조사에 나선 고광민 연구사는 제주의 어구는 뭍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제주의 해안은 외양성인 반면, 서남해안은 리아시스식 해안이라는 지리적 특징이 어구의 형태가 달라진 결정적 이유”라는 것이 고씨의 설명이다.

 제주에는 해녀가 존재하고 있어서 채집 어구들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다. 뭍의 어구들은 물안경으로 바다 밑을 살피며 해조류를 채집하기 때문에 그 길이가 길 수밖에 없다. 동해안에서 미역을 딸 때 사용하던 ‘낫대’는 그 길이만도 4m에 이른다.

 한반도 어구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조세·호미·갈퀴’ 등 갯벌어구라는 사실이 이번 조사로 인해 얻어진 결론이다. 고 연구사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 현지 조사를 통해 일본 어구의 중심은 낚시와 그물인 반면, 한반도의 어구는 갯벌 어구들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해녀낚시 어구가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해녀들이 부표인 테왁을 짚고 다니면서 고기를 낚는 낚시인 해녀낚시는 ‘밤생이(말똥섬게)’나 ‘구젱기(소라)’의 살을 미끼로 사용한다. 놀래기뿐만 아니라 돌돔, 감성돔까지 해녀낚시를 통해 낚았다고 전해진다. 이 해녀낚시는 추자도에서 직접 수집됐다.

 제주인들이 사용했던 어구와 한반도 동해·서해·남해 연안에서 써 온 어구들의 특색을 비교할 수 있는 제주대박물관의 특별전시회 ‘어구’전은 오는 5월27일 개막, 12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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