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제주 지역아동센터(상)]

정부 최저임금 10.9% 인상 반면 지원금 2.5% 증가 그쳐
프로그램비 5%로 낮춰 아동 1인당 1일 평균 417~605원 

제주를 포함한 전국 아동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가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지역아동센터 정부 지원이 시설 종사자의 최저임금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특히 정부의 현실성 없는 교육 프로그램비 축소 대책으로 이용 아동들의 복지 서비스 질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위기에 놓인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을 진단해 본다.

△구조적 문제 드러내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은 지난해보다 10.9% 올라 지역아동센터의 인건비 부담은 커진데 반해 운영비 인상률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2%대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와 ㈔제주도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정부의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지원 예산은 지난해보다 2.8% 오른 1259억5500만원이다. 

이는 지원대상 지역아동센터 11곳 추가에 따른 예산 증가분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각 센터의 기본운영비는 한달 평균 516만원에서 529만원으로 13만원(2.5%)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의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지원은 신고정원, 지역별 특성, 법정종사자 수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올해 운영비 인상률을 반영하면 △10~19인 이하(법정종사자 2명) 월 458만원(읍면 473만원) △20~29인 이하(법정종사자 2명) 월 484만원(읍면 499만원) △30인 이상(법정종사자 3명) 월 670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10~19인 이하는 월 7만원, 20~29인 이하는 월 8만원, 30인 이상은 월 16만원 올랐다.

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기본급여(174만원)는 지난해보다 1인당 17만원 늘었다.

직원 2인 시설은 34만원, 3인 시설은 51만원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로 발생했지만 정부 보조금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센터 입장에서는 1인 최저 급여 174만원에 4대보험 사용자부담금, 퇴직금 충당금까지 합쳐 직원 1명당 206만원의 인건비를 지출하게 된다.

결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따라 인건비를 맞추면 전체 운영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껌 값'보다 싼 교육비

현재 도내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9월말 기준 66곳으로, 146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기본운영비로 인건비, 관리비, 교육프로그램비 모두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을 충당한 나머지 예산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비와 관리운영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시설장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본운영비에서 인건비를 제외하면 10~19인 이하(458만원-412만4000원)는 45만6000원, 20~29인 이하(484만원-412만4000원)는 71만6000원, 30인 이상(670만원-618만6000원)은 51만4000원을 임대료, 공공요금, 주유비 등 운영비용으로 써야 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올해 지원사업 지침에서 교육 프로그램에 써야 할 의무 비율을 기존 기본운영비의 10%에서 5%로 낮추도록 하면서 교육 기능 약화 우려까지 낳고 있다.

20~29인 이하 센터의 경우 아이들 프로그램비는 월 24만2000원에 불과하다. 이를 적용하면 아동 1인당 월 평균 8345원~1만2100원, 1일 평균 417~605원을 교육비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제2의 가정이나 다름없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비가 '껌 값'보다 싼 셈이다.

센터에서 전문강사 등을 통해 교육·문화활동·정서지원·인성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프로그램 운영 자체가 어렵다.

안명희 ㈔제주도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은 "종사자 입장에서 자신들의 월급을 받자고 아이들 프로그램비를 깎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는 현장에 책임을 떠넘긴 채 종사자들이 발품을 팔아 후원금으로 센터를 운영하라고 하고 있다. 이런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한편, ㈔제주도지역아동센터연합회는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2019년 지역아동센터 예산사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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