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옥주 블루클럽서귀포점 대표

연말연시를 보내며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을 선정했다고 한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니 이 나라를 끌고 나가야 하는 정치인들이 잘 풀리지 않는 나라 살림을 스스로 한탄하는 말 같기도 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초심을 잃지 말고 갈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램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게으름의 대명사인 돼지해인데 게으름 피우지 말라는 따끔한 경고로 들리기도 한다.

돼지는 예로부터 복스러운 존재이고 돼지꿈이라고 하면 좋은 꿈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돼지는 지저분하거나 욕심 많은 사람을 빗대기도 하고 아기돼지 삼형제의 두 형처럼 대충 하다가 낭패를 보는 어리석은 동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런 양면성이 있어서인지 돼지는 사람의 모습을 비유로 말할 때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중국 속담에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살찐 돼지는 동물들 사이에서 으스댈 수 있겠지만 곧 도살장으로 끌려가듯이 사람은 유명해질수록 교만해지며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리라.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서 혁명에 성공한 돼지 나폴레옹은 자신들이 비판하던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면서 결국 변질돼 다른 동물들을 탄압하기에 이른다. 권력이든 재물이든 지식이든 그것이 올바로 쓰이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 정부가 무척이나 애쓰고 있는 남·북관계는 어딘지 답답하게 더딘 흐름이고, 민생경제 역시 뭔가 잘해보려고 하는 일들이 헛심만 쓰고 결실이 없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적폐청산을 내걸고 출범했는데 안팎의 암초들이 만만치 않아 소모적인 정쟁으로 이어지다보니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고 멈출 수는 없는 일이고 초심을 잃고 게으름을 피워서는 더 안 될 일이다. 짐이 무거울수록 나눠 짊어지고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야 만이 언젠가는 그 길의 끝에 다다르지 않겠는가.

새해를 맞아 임중도원을 새기며 겸손히 신발 끈을 묶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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