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2018년도 제주어구술자료집」 보고서 펴내
도내 10곳 생애구술 자료…표준어 대역·주석으로 쉽게 접근

'혼(아래아)밧 폴(아래아)지 말고 혼(아래아)입 덜라'. 가난을 이기기 위해서는 밭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고 하지 말고 밥을 먹을 사람의 숫자를 줄여 가난을 이기라는 뜻이다. 

표선면 성읍리에서 채록된 제주 속담처럼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이렇게 눈물겨운 삶을 살아왔다.

제주인들의 지난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제주어 구술자료집이 나왔다.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박찬식, 연구책임 김순자)가 최근 발간한 「2018년도 제주어구술자료집」(11~20권)이다.

제주학연구센터가 제주도의 의뢰로 2017년부터 진행해온 '제주어 구술 채록 자료 표준어 대역 사업'의 결과물이다. 제주도는 제주어 보전과 전승을 위해 역점 사업으로 제주어 구술 채록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보고서에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구좌읍 한동리, 애월읍 고내리, 한경면 청수리, 서귀포시 하원리, 성산읍 삼달리, 표선면 성읍리, 남원읍 수망리, 안덕면 대평리, 대정읍 신도리 10개 지역의 생애 구술 자료가 담겨 있다. 

조사 마을과 제보자의 일생, 밭일, 들일, 바다일,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신앙, 통과의례 등 전통 사회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생생한 제주어로 오롯이 만날 수 있다. 표준어 대역하고, '궤깃반'처럼 마땅한 표준어가 없는 어휘들은 주석을 해놓아 누구나 쉽게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희로애락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작업에는 강영봉 ㈔제주어연구소 이사장과 김성용 귀일중 교장, 김미진·김보향 제주대국어문화원 연구원, 김승연 제주학연구소 연구원, 안민희 민요패 소리왓 대표, 신우봉 제주대 교수, 최연미 돋을양지책드르 대표, 허영선 제주대 강사 등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제주어 구술자료는 제주어 연구의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전통 사회를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과 제주 사회의 단면, 제주의 역사와 제주의 문화사를 규명하는 귀한 자료"라며 "사라지는 제주어와 제주문화 등을 보전하고 연구하는 데 널리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제주대에 의뢰해 도내 36개 지역에서 제주어 구술 채록한 뒤, 누구나 쉽게 제주어 구술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표준어 대역 사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10개 지역의 구술 자료를 표준어로 대역해 보고서를 냈고, 이번에 다시 10권의 구술자료집을 발간했다. 문의=726-0973.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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