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제주 지역아동센터(하)]

도내 66곳 운영 1764명 아동 이용…수요 감당 못해
진입평가 등 장벽 높아…살던 집 팔아 센터 운영까지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의 '제2의 가정' 역할을 하는 지역아동센터가 정부의 관심 부족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2년간 운영 실적이 있어야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다 청소년 유해시설 기준 등에 막혀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지역 아동들의 돌봄 사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돌봄기능 한계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제주시 41곳·서귀포시 25곳 등 모두 66곳이다.

이들 시설에는 센터장과 생활복지사 146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1764명의 아동들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10~19인 이하, 20~29인 이하, 30인 이상 규모로 운영되며, 아동돌봄 기능뿐만 아니라 교육·정서지원·문화 등 종합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능에도 재정 부담과 열악한 여건으로 지역 곳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아동돌봄에 한계가 따르고 있다.

제주시 지역의 경우 일도1동, 삼도1동, 오라동 등은 지역아동센터가 아예 없는데다 신규 택지개발지구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지역은 기존 시설로는 아동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아라초 학생들은 영평동에 위치한 센터를 이용해야 하는가 하면 남광초와 이도초 역시 주변에 센터가 없어 광양초 학생들이 이용하는 제주시청 인근이나 이도1동에 있는 센터까지 상당거리를 이동하고 있다.

삼화지구에 있는 센터는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시설 이용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삼성초 주변에 지역아동센터가 들어서려고 했지만 정부의 설치기준에 따른 유해업소가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2년간 홀로서기 부담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과 보건복지부의 지원사업 안내 지침에 근거한 시설기준 등을 충족하면 센터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고 이후 2년간은 자비로 '홀로서기'를 한 뒤 진입평가를 통과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센터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2019 지역아동센터 지원 사업안내'를 보면 보조금 지원시기는 진입평가를 통과한 시설의 신고일 기준 24개월 이후로, 신규시설은 상당기간 자부담 또는 지역내 후원 등을 통해 자체 운영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최소 24개월 운영비와 월 임차 시설의 경우 시설운영기간(최소 60개월) 중 임대료 확보방안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까지는 최소 1억원 정도의 자본 없이는 센터 운영이 불가능하다.

실제 하귀리 꿈지킴이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김해숙 센터장은 지역에 유일한 아동센터가 문을 닫아 아이들이 오갈 곳이 없게 되자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초기 운영비를 마련했다.

김 센터장은 "신고 과정에서 2년치 운영비를 확보해 통장 잔액증명서를 제출해야만 행정에서 허가해준다"며 "후원을 받기도 어려운데다 초기 자본을 마련하고 정부 보조금 없이 시작한다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안명희 ㈔제주도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은 "정부는 돌봄 서비스의 질과 기능을 보지 않고 대상만 구별해 아이들의 계층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무관심으로 지역아동센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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