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용시설은 빗물을 모아서 농업·생활용수 등으로 활용하는 시설이다. 버려지는 빗물을 소중한 자원으로 재사용함으로써 물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보전·관리하는 중요한 방안이라 하겠다. 제주지역에도 빗물 재활용을 위해 1000여개가 넘는 빗물이용시설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로 흘려보내는 빗물이 많아 수자원 활용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제주도는 2005년부터 빗물이용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해 현재 1116개가 설치됐다. 그런데 시설들의 규모가 100∼150㎥ 정도로 작다보니 많은 양의 비가 내릴 때는 대부분의 빗물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 박원배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빗물이용시설 적정규모 산정 방안' 연구에 따르면 빗물이용시설 분포가 가장 높은 남원읍의 경우 2017년 23개 시설에서 모아진 총 강수량은 72만2186㎥에 달한다. 하지만 농업용수로 이용된 빗물은 7만3138㎥로 26.9%에 그쳤다.  

빗물이용시설의 설치 못지않게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의귀지역 5800㎥, 위미지역 4900㎥ 규모가 되면 연간 10만341㎥과 8만2479㎥ 정도의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지역 전체 농업용수 이용량의 52.8%(의귀), 19.7%(위미)로 기존 빗물 이용률의 2배 이상이다. 특히 남원읍 외에 서귀포시 동지역에 대용량 시설을 설치하고 농업용수 통합 광역화사업과 연계한다면 공공 농업용 지하수시설 33곳을 추가 공급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주의 수자원은 지하수가 유일하지만 무한정 뽑아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감소와 가뭄 장기화로 지하수 고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하수를 대체할 소중한 수자원으로서 빗물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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