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 오사카관광대학 객원교수·논설위원

본래 관광은 주나라시대 「역경(易經)」의 '관국지광(觀國之光)'에서 나온 말이다. 즉, 관광은 다른나라의 토지, 풍속, 제도, 문물 등 그 나라의 잘 되고 우수한 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본받아서 자국을 번영의 길로 이끌어나간다는 뜻이다. 다시 '관국지광상빈야(觀國之光尙賓也)'라는 말이 따라 나온다. '나라의 문물을 잘 살피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국빈으로 숭상함이다'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관광은 경세제민의 통치용어인 셈이다. 

기해년 벽두부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건없이 금강산 관광개방을 재개할 용이가 있음을 밝혔다. 엄중한 비핵화협상 와중에 관광을 들고 나온 것이다. 관광교류의 물꼬를 터서 자기네식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삼아보겠다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그가 지난 2012년 주석자리에 오르면서 국가운영방향을 관광과 연계한 내수경제 활성화에 정책역량을 쏟아나가고 있다. 즉, 여유법(일명, 여행법)을 정비해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역내로 유통시키는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그 배후에는 중국굴기의 중화사상이 걸려있다. 다시 말해 연안 항구도시에서 과거 왕조의 터전인 내륙의 문화도시로 관광수요를 환기시켜 중국 땅 한가운데 화려한 부국의 꽃을 피우겠다는 사상이 깔려있는 것이다. 

일본의 아베총리도 지난 2012년 취임이래 유례없는 국가개조의 국정운영을 펼쳐 나가고 있다. 핵심정책 중에 '관광입국'을 내걸어 밀어붙이는 외국인 관광객유치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총리가 매달 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해 관련 정책을 직접 챙긴다는 언론 보도가 있을 정도다. 그의 리더십에 의해 지난해 방일 외국인 3000만명을 유치해 관광소득 4조4000만엔(한화 44조원)의 결실을 봤고 올해 4000만명, 6조엔(한화 60조원)의 관광소득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은 231만명인데 일본으로 나간 우리국민은 714만명으로 파악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7월 '복합리조트 실시법·카지노법' 제정, 2020도쿄하계올림픽, 오사카만국박람회 등, 관광호재의 여세를 몰아 2030년에는 외국인 6000만명을 유치해 세계 5위 관광대국을 달성한다는 야심을 내보이고 있다.

이처럼 주변국 위정자들은 컨트롤타워에 앉아 직접 국리민복의 관광정책을 가일층 펼쳐나가고 있는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도자들은 관광을 바라보는 관점이 무디고 더딘감을 보여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제주의 관광산업은 지난 2013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면서 고도성장을 이룩하다가 3년전부터 우리국민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바람에 재방문율이 떨어지고,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침체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무엇보다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도민과 관련기업은 미래에 대한 자심감을 잃어가고 있고, 도내 일각에서는 그간에 관광소비로 인한 낙수효과가 미미해 파급효과를 의심하는 상황이다. 각 경제주체의 부문간에 균형을 유지하며 일정속도로 관광소득이 늘어나는 안전성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도내 관광전문가들은 양적, 질적의 왜곡된 성장론에 함몰돼 관광진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나라 안팎으로 더욱 무거운 도전과 시련이 닥쳐올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에 관계기관·단체에서는 임중도원(任重道遠· 맡은 책임은 무겁고 그 책임을 짊어지고 갈 길은 멀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도정책임자의 도백은 도민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관광정책을 실천으로 옮기는데 탁월한 처세술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도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관광진흥의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에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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