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드는 것에서 나만의 가치 담은 '창작' 개념 더해
가구·패션·자동차까지 다양…"손때 묻은 작품이라 애착"

"치이이이잉~ 치잉~" 16일 늦은 오후 제주시 오등동의 힘멜바움(하늘나무) 가구공방에서 요란한 톱날 소리가 공간을 흔들어 깨운다. 지켜보는 사람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형톱날만 봐도 신경이 쭈뼛 선다. 하지만 나무공방에서 수년을 보낸 김형균씨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목재를 자르고 다시 치수를 확인한다. "가구를 직접 만드는 이유요? 나무가 좋아서죠. 내 생각대로 만들 수 있고, 마음도 안정되고, 가족들에게 안전하고…. 생각해보니 이유는 무궁무진하네요. 하하~"

# 간단한 수리에서 개성 담은 문화로

기업들이 내놓는 기성품 대신 생활용품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DIY(do it yourself)'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지 오래다. 최근에는 스스로 만드는 것을 넘어 나만의 가치와 창작의 개념을 더한 '크리에이터'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개인방송을 하는 유튜버나 스마트폰 영화 제작자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자신만의 무언가를 스스로 만든다는 점에서 1인 크리에이터의 시작은 DIY라고 할 수 있다.

DIY가 유행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집안의 화장실·주방 등에서 고장나거나 오래된 것을 스스로 수리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가구를 비롯해 비누, 향초, 화장품, 패션, 공예에 더해 자동차 튜닝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비용을 아끼거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DIY에서 개인의 취향과 가치,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창작활동으로 발전한 것도 달라진 특징이다.

특히 인테리어 분야는 자신과 가족의 개성을 살리면서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DIY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신의 집안에 꼭 맞는 연출이 가능한 것은 물론 소품과 가구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크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 원하는 디자인·안전성 매력

힘멜바움 공방의 수강생들, 즉 '1인 크리에이터'에게 들어본 DIY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깊다. 5년 전 제주에 문을 연 이 가구공방은 주문제작 외에도 취미로 가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구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원하는 모양대로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곳에서 20대부터 50대까지, 회사원·자영업자·주부 등 다양한 연령·직업의 수강생 8명이 주말마다 저녁시간을 할애해 '나만의 가구'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톱, 끌, 대패 등 공구사용법을 배운 뒤 컵받침, 도마, 연필꽃이, 예물함과 같은 간단한 소품으로 시작해 테이블, 침대, 책꽃이 등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가장 어려운 의자와 수납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목공지도사 3급을 취득하면 방과후강사 등의 활동도 가능해진다.

수강생 김형균씨(42)는 "내가 생각한 어떤 디자인이라도 만들 수 있고, 단단한 원목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성제품보다 훨씬 튼튼해서 한 번 만들어 두면 평생 쓸 수 있는게 장점"이라며 "아름다운 나뭇결을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작업에 몰두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안정을 찾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동석씨(33)는 "원목가구를 배우기 위해 왔다. 환경호르몬이 전혀 없는 친환경오일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숙달되면 기성품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만들 수도 있고, 손때를 타며 오래될수록 더 아름다워지고 애착이 가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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