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재판 위법성 입증 첫 사례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 공소사실 불특정
군법회의전 예심조사·기소장 송달 절차도 무시

70여년 전 군사재판으로 수감됐던 4·3 생존 수형인 18명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지면서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3 수형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고 법적 절차를 무시한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실이 재판을 통해 입증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소사실 확인자료 없어

이번 4·3 수형인 재심사건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온 이유 중 하나는 국방경비법 위반 등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48년과 1948년 군사재판 수형인명부, 군집행지휘서, 감형장 등 수형 관련 문서 등에는 4·3 수형인 18명에 대한 죄명과 적용법조만 기재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 수형인들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공소사실로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인지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재심사건 첫 공판기일에 구 국방경비법 제32조 등의 구성요건을 기초로 공소사실을 진술했고, 지난해 12월 11일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를 통해 공소사실을 복원했지만 추상적 구성요건을 그대로 이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또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과 관련, “4·3사건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후에 이를 추단하고 재구성한 정도에 불과하고 수형인들의 진술 내용 등을 공소사실의 일부로 삽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죄 없는 수형인들에게 국방경비법 위반죄 등을 적용해 군법회의에 회부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경찰 의견만으로 판결

1948년과 1949년 이뤄진 군사재판 절차도 위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구 국방경비법에 따라 사건을 고등군법회의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교 중에서 임명된 예심조사관’에 의한 ‘완전 공평한 예심조사’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심조사관 조사보고를 받은 군법회의 설치 장관이 법무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사건을 군법회의에 회부한 경우 군법회의 설치 명령에 의해 임명된 검찰관은 피고인에게 기소장 등본을 송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수형인들은 어떠한 범죄사실로 재판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재심사건의 소송기록 등 어디에도 예심조사 내지 기소장 등본 송달이 이뤄졌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군법회의 당시 단기간에 다수의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군법회의에 회부하며 예심조사 및 기소장 송달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재판부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실린 ‘군법회의를 담당한 군 당국이 예심조사 없이 경찰의 의견을 수용해 판정·판결 내용을 미리 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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