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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줄씨줄] 4등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김정희 기자
입력 2019-01-20 (일) 11:55:13 | 승인 2019-01-20 (일) 17:04:11 | 최종수정 2019-01-20 (일) 17:04:08

열두살 수영선수 준호는 수영을 너무 좋아하지만 대회에 나가면 계속 4등만 한다.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엄마는 과거 촉망받던 선수였던 코치 광수를 찾아가 아들의 지도를 부탁한다. 광수의 혹독한 지도가 효과가 있었는지 준호는 0.02초차 아슬아슬한 2등 자리에 오르게 된다. 집안 잔치가 벌어졌지만 준호의 동생이 무심결에 "예전엔 안 맞아서 맨날 4등했던 거야, 형?"이라는 말에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실상을 알게 된 아빠는 수영을 그만두라고 성화다. 이에 대한 엄마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준호 맞는 것보다 4등하는 게 더 무서워".

2015년 국가인권위에서 기획·제작한 영화 '4등'(정지우 감독)은 스포츠 폭력이 이어지는 구조를 이야기한다. 코치 광수는 선수시설 비공인 아시아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수영 천재였지만 선수촌 무단 이탈과 도박으로 코치로부터 매질을 당하고 운동을 포기했다. 문제는 스포츠 폭력에 대한 주위의 반응이다. 아이한테 매질을 하는 광수도 이유가 있다. 학창시절 엇나가는 자신을 선생님들이 바로 잡아주지 않아서 동네 수영강습이나 하는 신세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수는 "지금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다"라고 하고, 준호도 "제가 잘못하니깐 맞는 거예요"라며 수긍을 한다. 엄마는 아들의 장래를 위한 '필요악'으로 여기며 애써 모른척 한다. 기자인 아빠는 젊은 시절 광수가 선수촌에서 매질을 당했다는 제보를 받고도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며 외면했었다. 오직 1등만을 위해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최근 터져나온 스포츠계 폭력과 성폭력 실상은 충격적이다. 지도자 개인의 일탈이나 잘못도 문제지만 이러한 고질적인 악순환이 생겨나는 구조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났을 때마다 재발방지책을 반복하는 체육당국, 사건을 알고서도 은폐하고 실적을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행태는 문제를 키워온 주범이다. 그리고 1등만을 기억하고, 메달에만 환호해 온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성적 향상을 위해, 국제대회 메달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떠한 억압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스포츠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김정희 기자  jhkim@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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