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감귤연구소명예연구관·감귤마이스터·논설위원

최근 도매시장에서 한라봉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산지에서의 매수 가격도 폭락 수준이다. 감귤출하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1월 18일 기준으로 한라봉의 평균 경락가격은 3kg 상자당 1만474 원으로 2016년산 1만3498원에 비해 22%(3000원) 하락했다. 1990년대말  한라봉 초창기때 kg당 5000~6000원에 거래 됐던 시절을 생각하면 현재 반토막난 가격은 한라봉 재배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맛과 그윽한 향기로 한라봉 만한 과일은 없다고 칭찬받던 한라봉이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내년, 내후년에도 가격 호전을 기약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만감류 품종중에서 1500ha 이상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작물이기에 농가들의 걱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원인은 무엇인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다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복잡할 것 같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매우 단순하고 쉬울 수도 있을 듯하다.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는 조기 출하다. 어떤 작물이든 최소 생육기간이 필요하고 한라봉의 경우 당도 13브릭스 이상에 산도 1% 미만이면 최고의 과일이다. 이런 한라봉을 먹어본 어느 소비자든 만족도가 매우 높다. 생산자든 유통인이든 모두가 인정한다. 그런데 시장에 출하되는 상당수의 한라봉이 이 조건을 맞추기 전에 조기수확과 출하가 이뤄지기에 많은 육지부 소비자들은 한라봉은 신감귤로 알고 있다. 특히 2~3월 이후에  수확 및 출하해야 하는 무가온 한라봉이 구정전 출하되고 있으니 문제다. 제주도 조례에 한라봉 상품기준은 당도 12브릭스 이상 산함량 1.1% 이하 1과의 무게가 200g 이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농가가 상당수다. 결국 한라봉 가격하락의 주 요인은 행정이나 연구, 지도기관, 농·감협보다 농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농가 스스로 완숙과를 생산해 출하한다는 생각으로 조기출하만 자제해도 한라봉 명예회복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듯하다. 농가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한라봉 최대 수요시기는 구정 직전이다. 이 때를 놓치면 늦은 수확과 구정직후 수요 급감으로 장기 보관해야 하고 가격하락으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 예측하며 어찌 됐던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출하해야 소득이 보장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조기 수확으로 나무 수세회복이 빨라지고 다음해에 해거리도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맛없는 한라봉의 조기수확에 따른 소비자의 외면, 그로 인한 가격하락과 상품성 저하 등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다. 조기 출하를 자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농가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실천사항을 농가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

더 폭락해서 생산원가 이하로 내려가야 실천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마냥 기 달릴 수만은 없다. 만감류의 또 다른 품종 레드향(감평)을 비교해 보자 그나마 레드향은 전년대비 다소 내리기는 했지만 한라봉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체면을 지켜주고 있다. 왜 소비자는 한라봉을 외면하고 레드향을 선호할까. 단순하다 레드향은 당도도 만족스럽지만 감산이 빨라 높은 당산비로 구정전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은 행정이 비상품을 단속한다거나 농·감협이 나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재차 강조 하지만 우리 농가 스스로 각성해야 만 한다. 행정에 건의사항은 고품질 생산 농가에 인센티브를 줬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2~3월까지 나무에서 수확하지 않는 농가에게 한라봉 판로지원 등을 해준다면 농가들의 의식도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운동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연금을 준다. 국위를 선양했기 때문이다. 고품질을 생산한다거나 조기 수확을 자제하는 농가는  제주도 위상을 높여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에 혜택을 줘야 마땅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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