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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줄씨줄] 풍년김용현 경제부장
김용현 기자
입력 2019-01-22 (화) 17:04:30 | 승인 2019-01-22 (화) 18:43:06 | 최종수정 2019-01-22 (화) 18:43:06

선조들은 매해 풍년이 오길 기원했다. 과거 소규모 농업이 주를 이루고, 각 지역마다 주요 재배품종이 한정됐고, 농산물 개방화 시대이전에는 많이 생산할수록 소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한해 농사를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중요시 여겼기에 풍년기원은 당연한 것이었다.

농민들은 풍년이 들면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춘삼월에 화전놀이 가세." 가사의 풍년가를 부르며 큰 잔치 벌이기도 하고, 조상이나 마을신 등에게 풍요를 감사하는 제를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농업은 기업화와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산물 대량생산 체제로 급변했다. 지구온난화와 하우스시설 농업까지 확대되면서 전국 어디서나 4계절 내내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농업이 '생산=수익'의 시대는 지났고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는 일종의 기업경제 논리가 도입됐다. 

이제는 농민들이 풍년이 들면 기쁨보다 큰 걱정이 앞선다. 농작물 풍년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공급량이 소비수요보다 월등히 많아지면서 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풍년의 역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내 밭은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태풍이나 폭우, 가뭄, 폭설, 혹한 등으로 농산물 피해를 입기를 바라기도 한다. 

제주지역 대표 월동채소 작물인 겨울무와 양배추의 경우 생산량이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는 물론 타 지역서 잦은 폭설과 강추위에 따른 농작물 피해로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올해는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유지하면서 전국적으로 풍작을 이뤘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민들이 대량재배를 본격화 하면서 일종의 투기성향까지 보여 월동채소를 많이 심은 것도 과잉생산의 주된 이유다.

문제는 양배추의 경우 1월이 되면 제주산 출하비중이 80~90%를 차지했지만 타 지역도 기온상승으로 겨울재배가 가능해졌고, 현재 전남산 비중이 50%를 넘는 등 전국적으로 출하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농민들은 '풍년의 역설'을 막기 위해 자체폐기에 나섰다. 애써 키운 농산물을 스스로 폐기해야 하는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출하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농민들은 잘 안다. 현재 농업은 '풍년의 시대'가 아니라 '조절의 시대'인 것이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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