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폰의 프로세싱 파워는 1969년 인류를 달에 발 딛게 할 때 쓰였던 모든 컴퓨터 장비의 프로세싱 파워 총합의 수천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 스마트폰은 지금 인류 대부분을 연결해주는 일상 기기로 쓰이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여전의 일이다. 고작 10살 남짓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의 일상은 디지털 전환을 맞았고 그 전환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생존이든 발전이든 디지털 전환에 내재한 파괴적 잠재력에 주목해 디지털 전략 또는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구상하기에 바쁘다. 글로벌 컨설팅 펌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현재 주력으로 삼고 있는 업계가 지금의 경로와 속도로 디지털화를 지속할 경우 현재의 비즈니스모델이 미래에도 경제학적으로 버틸만한 모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기업은 고작 8%에 그쳤다. 

디지털 전환이 전통적인 경제, 전략, 기업운용 모델과 불일치한다는 점에 대해서 이견은 적다. 다만 그 불일치성의 근원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문제로 다음 두가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첫째, 모호한 정의와 인식의 문제다. 디지털 자체에 대한 정의를 업그레이드된 정보통신기술 기능 쯤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쪽에서는 디지털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매몰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과 기기 그리고 사물을 즉시적이고 자유롭게 그리고 결함없이 연결하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광범위하고 총체적인 관점을 놓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총체적 관점 형성에 도움이 될 만한 현황과 트렌드를 살펴보자.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 가트너는 2025년까지 200억개 이상의 디지털 기기가 연결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 인구수의 약 세배에 달하는 디지털 기기가 지구촌 곳곳에 편재하게 된다는 말이다. 지난 2년간 디지털 기기가 생산한 데이터는 데이터 총량의 90%를 상회한다. 데이터마이닝과 애널리틱스 기법을 적용하면 이 데이터는 이전 시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의사결정 및 비즈니스 모델을 낳게 된다.

다음으로 디지털 전환이 낳은 디지털 경제학에 대한 오해다. 디지털 경제의 의미심장한 특징 중 하나는 기존의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 추구 모델이 격변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지대는 자본비용을 초과해 기업이 창출하여 득하는 이윤을 의미한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에서는 통상 기업보다 고객에게 더 큰 가치, 즉 전통적 모델 하에서는 기업이 경제적 지대로 득할 수 있었던 가치의 상당 부분이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시장 기회를 경제적 이익으로 실현하려는 기업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이에 따라 대응이 빠른 기업들은 이미 서비스와 상품을 쪼개서 구성해(Unbundling) 시장에 내놓고 있다. 즉, 고객들이 단지 필요한 서비스와 상품만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나서고 있다는 말이다. 또 소비자는 사실상 무제한적 선택권과 가격 투명성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으나 중개자 기능을 수행하던 업종은 시장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이런 디지털 경제의 경쟁 양상은 전통적 기업의 매출 성장과 세전이익 성장 격감 추세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도 있다. 덧붙여 디지털 경제학의 다른 특징으로 승자독식 경제도 생각해 볼 문제다. 고객들이 더 많은 가치를 향유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규모와 네트워크 효과가 시장을 압도하면서 경제적 가치가 최상위 기업에게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 모델에서 가능했던 경제적 과실의 다수 기업에의 고른 분배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추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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