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설 명절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향을 찾아 부모와 친지 등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마련이지만 제주지역 중소기업들은 명절이 썩 즐겁지만은 않다.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업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까닭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다보니 종사자들에게 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기업들도 늘면서 이래저래 우울한 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도내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 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24.1%가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매우 곤란'하다는 곳도 13.8%에 이르는 등 도내 중소기업 37.7%가 설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사정은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더욱 좋지 않았다. 매출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업체에서는 25%가 어렵다고 답한 반면 매출 1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58.3%가 자금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금난을 겪는 원인으로는 조사 대상의 63.6%가 답할 정도로 인건비 상승이 가장 컸다. 이어 판매 부진(45.5%), 판매대금 회수 지연(36.4%), 원·부자재 가격 인상(27.3%) 등의 이유를 꼽았다. 더욱이 도내 중소기업 30.8%는 설 자금이 부족해도 납품대금 조기 회수나 금융기관 차입 등 이를 해결할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보니 종사자들에게 설 상여금 지급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설에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업은 57.8%로 지난해(62.7%)보다 4.7%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대기업이 없는 제주의 여건상 중소기업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도내 중소기업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 지역경기 역시 활성화되기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는 설 명절 자금난을 겪는 중소·영세기업들을 위한 금융기관 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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