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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권력형 성범죄와 '미투'이정필 제주YWCA회장
이정필
입력 2019-01-27 (일) 11:29:22 | 승인 2019-01-27 (일) 16:38:47 | 최종수정 2019-01-27 (일) 16:38:47

'나도(미투·Me Too)' 이 한마디가 우리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성추행을 당하고, 인사 불이익까지 받았다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한국판 '미투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가해자는 며칠 전 2년 징역형을 받았다. 미투운동의 성과이고 성범죄 피해자들에게는 큰 용기를 주게 됐다. 그러나 부작용과 갈등 또한 발생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각에서 나타나는 '펜스룰(Pence Rule)'의 등장은 우려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미투가 시작되고 1년, "내 입이 더러워질까 봐 내가 목격한 괴물 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라면서 시작한 어느 시인의 고발문, 교수의 대학원생 성추행, 장군의 성추행, 대통령 후보였던 정치가의 수행 여비서 성폭행 등의 폭로는 성범죄가 불온한 권력의 작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포츠 꿈나무들이 지도자들을 고발한 미투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는 겁박을 줬다. 피해자들은 꿈을 잃게 될까 봐, 폭력과 성폭력의 고통과 공포를 감당해야 했고 밝힐 수 없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진학, 진로 등 미래를 좌우할 권력을 거머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투운동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발생과 은폐의 공통분모는 괴물로 변한 권력의 횡포'로 함축할 수 있다.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통제와 강압이 성범죄에 작용할 경우 저항과 발설은 자신을 불구덩이에 내 던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들은 곪아 터지면서도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성범죄 피해자들이 미투를 외칠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의 싹을 미투운동이 키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들의 '처세술'이라고 해야 하나. 미투 운동의 반작용으로 펜스 룰 현상이 일부지만 나타나고 있다. 펜스 룰은 현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여성과 일대일로 식사를 하거나, 아내를 동반하지 않는 술자리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을 가정생활의 한 철칙으로 지키고 있다"고 응대한 말이라 한다. 펜스 부통령의 각별한 아내 사랑이자 결혼생활 수칙이 대한민국 땅에서는 '여성 응대 메뉴얼'이 돼 미투운동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우리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한 미투운동이기에 성장통도 나타나고 있다. 몹시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의로운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지는 않다. 지겹기도, 불편하기도 하다. 무고한 음해가 끼어들고, 가해자의 자살이란 심각한 문제도 발생했다. 가해자 가족이 겪을 고통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여성과는 밥 한끼, 차 한 잔 마치는 것조차 피하고, 업무지시를 메신저로, 업무의 연장과 같은 회식 자리에 참석하지 말라는 등 사적 영역은 물론 공적 영역까지 여성을 배제할 건 또 무엇인가. 여성의 사회활동 영역을 축소시키는 형태의 대응은 너무 옹졸하지 않은가. 

만약 미투운동에 의해 잘못된 권력의 벌거벗음을 보고 가슴 덜컥하여 팬스 룰을 친다면 먼저 자신의 성 가치관을 돌아볼 일이다. 

성범죄의 피해는 남성이라고 피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드물지만 위력에 의한 남성 피해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경우 더 참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성범죄는 젠더 관점이 아니라 권력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강자가 약자를 향한 권력의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투운동의 방향은 통제와 강압을 일삼는 불온한 권력이 설 자리가 없는 건강한 사회가 그 지향점이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사회의 성범죄 발생과 은폐를 도모하는 잘못된 권력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이정필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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