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이사·선임기자

미래의 삶이 불안한 도민들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제주도민들의 얼굴 표정이 어둡다. 1·2·3차 산업 등 제주경제 전 분야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도민들의 불안감은 최근 몇 년간 성장세를 보였던 주력산업의 저조한 성적표에서 확인된다.

1차산업은 월동채소를 중심으로 생산량과 가격이 반비례하는 '풍년의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양배추·월동무 농가들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생산량 증가로 가격하락에 시달리자 일정 물량을 산지에서 폐기하는 자율감축의 '생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처럼 농가들이 애써 키운 농산물을 폐기했음에도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난 25일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에 따르면 월동무가 평년 대비 23.1%, 양배추는 28.9% 각각 하락했다.

감귤 역시 일일도매 가격이 26% 하락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산 노지감귤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데 이어 설 명절을 앞두고 출하된 비가림(월동감귤)과 한라봉·천혜향 등 만감류 가격 마저 평년에 비해 낮게 형성하면서 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의 2차산업도 암울하다. 제주상공회의소의 올해 1분기 기업경기 전망지수 분석 결과 대다수 업체들이 올해 경영성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실정이다. 내수 침체 장기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환경 변화로 절반에 가까운 42.9%가 부정적으로 바라본 반면 긍정 응답은 6.6%에 불과했다. 특히 지역경제를 부양했던 건설업은 2017년 이후 수주물량과 착공 부진의 영향이 2년째 계속되면서 영세 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관광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3차산업도 2년 연속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19년째 급상승하던 관광객 숫자가 2년전 멈추면서 관광산업 실질 성장률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효과로 2014년 15.7%까지 호황세를 누렸지만 2016년 7.1%의 감소세롤 보인데 이어 2017년에는 -6.1%로 주저앉은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관광산업의 침체는 식당·숙박, 도·소매 등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를 초래하면서 지역경제 전체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실정이다. 

제주경제가 위기상황에 놓였지만 공직사회의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창의적인 사고와 도전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과거의 정책에 안주한 모습이다. 3년 전 내놓은 관광산업 질적 성장 등 새로운 해법은 실천이 부족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1·2·3차 주력산업의 성장이 필수다. 물론 민선7기 출범후 갑작스럽게 발표된 '블록체인 특구'의 성장동력 산업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력산업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블록체인의 생산유발효과 등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1차산업에 비해 낮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도민이나 공무원들조차도 낯선 단어고, 생소하기에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모습도 걱정이다.

희망을 주는 정책 만들어야

지방자치 시행 20년을 넘으면서 도민들은 제주도 공무원에게 지역경제를 포함한 지방자치의 전문가일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어려운 가계살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공직사회가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침체된 지역경제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책무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이 목민관으로 선망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은 공직자의 책무로 '선의후리(先義後利)'를 남겼다. 공직자가 되는 것은 스스로 부유하고 귀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사람을 구제하고, 그 마음을 헤아릴 기회를 하늘이 주는 것이라며 공직자의 소명을 강조했다.

공직자들이 승진 등에 목을 매는 것 만큼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 생산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무장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극복하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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