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후 미분양 역대 최고치…인허가·착공 큰 폭 감소
취업자 이탈→실업급여 급증→휴업·면허반납 등 악순환

"할 일이 없어서요"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외국인 근로자 A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주로 건설 현장에서 일을 했다는 A씨의 손에는 전단지와 접착용 테이프가 들려 있었다. "2016년에는 쉬는 날 없이 일했었다"며 "아는 한국 친구가 찾아줘서 이렇게 돈을 번다"고 멋쩍어 했다.

제주 지역 건설경기가 바닥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미분양주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가 하면 주택 인허가·착공실적이 최근 5년 평균치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지역 경제에 적잖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 미분양주택은 1295호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많았다. 2012년 말 954호였던 미분양 주택은 2015년 114호로 꾸준히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 사업과 인구 유입 증가 등의 분위기를 타며 2017년 1271호로 전년(271호) 대비 1000호나 늘어나며 우려를 샀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문제였다. 2013년 429호로 시장 교란을 우려했던 상황은 2015년 20호까지 줄어들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6년 90호던 준공후 미분양주택이 2017년만 530호로 5배 이상 증가했는가 하면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750호까지 늘었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주택 건설 시장에 반영됐다.

지난해 제주지역 주택 인허가 실적은 7372호로 전년 1만4163호와 비교해 47.9% 감소했다. 최근 5년(2013~2017년) 평균 1만3913호에 비해서도 47.0% 줄어든 규모다. 주택 착공실적은 7757호로 전년(1만2730호) 대비 39.1%, 최근 5년 평균(1만2983호)보다 40.3% 줄었다. 공동주택 분양실적도 전년(2817호)보다 41.0% 줄어든 1663호에 그쳤다. 5년 평균치(3920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건설 인력 시장 역시 얼어붙었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의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는 3만4000명으로 전년 3만7000명에서 3000명 정도가 줄었다. 지난해 실업급여 신청자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중장년·건설업 비중이 증가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도 건설협회 관계자는 "연초면 으레 수주한 공사 건수로 인사 겸 눈치싸움을 할 때지만 올해는 동향을 묻는 걸 실례처럼 생각할 정도"라며 "기술자 보유나 자본금 출자 같은 등록기준에 부담을 느껴 면허를 반납한 회원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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