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류 중심 가격 상승·구제역 여파 전전긍긍 부담 커져
선물세트류 부진 "사전 예약·택배 물량도 눈에 띄게 줄어"

설 준비한지 올해로 20년째라는 주부 김애경씨(52·제주시 아라동)의 구매목록에는 벌써 몇 개나 빨간 줄이 처졌다. 매년 30만원을 상한선으로 채비를 했지만 올해는 이미 50만원을 넘어갔다. 김씨는 "가까운 가족들만 모이는데도 이것 저것 챙기다 보니 지갑에 남는 것이 없겠더라"며 "뭘 줄여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사과(후지, 상품 기준) 10개 가격은 지난 29일 기준 1만9800원으로 평년에 비해 18.5% 올랐다. 배(신고, 상품 기준) 가격은 10개 기준 3만9518원으로 평년보다 29.2% 뛰었다. 단감(상품 10개 기준)도 평년에 비해 18.8% 올랐다. 쇠고기 한우 등심은 1㎏ 기준 8만3779원으로 역시 평년에 비해 12.5% 가격이 올랐다.

소매가격은 여기에 좀 더 편차가 있다. 사과는 대형매장과 전통시장이 1만7500원~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쇠고기 한우 등심은 1㎏에 평균 10만8000원을 받고 있다. 그나마 이달 초 11만5000원에 비해 하락세를 타기는 했지만 구매를 결정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1월 판매 가격은 1㎏ 기준 8만6450원이었다.

설 차례상에 오르는 주요 품목이 일제히 가격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주요 제수품 28개 항목 중 과일류를 중심으로 13개 품목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과일가격은 명절 주요 선물 품목과 겹치면서 동반 상승하는 상황이다. 쇠고기 등 육류는 최근 타 지역 구제역 여파가 가격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옥돔 등 생선류 가격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 기준 4만5000원~5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5만5000~6만원으로 올랐다.

밀가루 등 부재료 가격도 이미 올랐거나 오름세를 타면서 가계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설 준비가 예년에 비해 힘들어진 분위기는 선물세트 판매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대형매장 선물세트 판매대는 예년에 비해 한산한 상황이다. 명절에 가까울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지역 특성도 있지만 올해는 사전 예약도 뜸한 상황이다.

한 매장 관계자는 "올해는 설 대목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며 "도외로 보내는 택배 물량도 줄어들었을 만큼 실적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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