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무와 양배추 주산지 농가들이 가격 폭락으로 삶의 고통이 적지 않다. 생산량이 증가해도 가격은 하락하는 '풍년의 역설'에 직면하자 농가들이 일정 물량을 스스로 폐기해 시장 공급량을 줄이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농산물 폭락사태가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제주도정에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때마다 농가들의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가격안정관리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면서 되레 농정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제주도는 2017년 당근을 시작으로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 시행에 착수했다. 원희룡 지사의 공약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농가와 생산자·품목단체에서 농산물을 자율감축 했음에도 도매시장 평균가격이 목표관리(경영·유통비)가격 보다 하락하면 차액의 90%를 보전해 준다. 가격안정관리제 적용 대상은 지난해 양배추로에 이어 내년에는 브로콜리, 2021년에는 감자·감귤까지 점차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가격안정관리제가 농가의 소득보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통·경영비를 반영한 기준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양배추는 9000톤 자율 감축에도 불구하고 10kg당 도매시장 가격이 6250원으로 전년 동기 1만325원 보다 65% 급락하고, 5개년 평균 7651원 대비 22.1% 낮았지만 제주도가 결정한 기준가격(3140원) 보다 높아 가격안정관리제가 발동되지 않고 있다.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의 발동 문턱이 높으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다. 그래서 도의 기준가격으로는 애써 가꾼 농산물이 폐작 수준에 이를 경우에만 가격안정관리제의 발동이 가능해 "쓸모 없다"는 비판이 농가로부터 나오고 있다.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가 시행 3년차에 들어선 만큼 농가 의견을 반영해 기준 가격을 현실성 있게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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