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가에 펼쳐지는 북녘의 들녘은 남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넓은 평원에 잘 정리된 논밭과 어울리지 않게 쟁기로 논과 밭을 가는 모습이나 고속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인 포플러나무를 제외하면 숲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논두렁 마저 말끔히 정리되었으니 황량한 느낌마저 들게된다.
산자락 능선에 똑같은 규격인 집단주택은 지은 지 꾀 오래돼 보이나 지붕이 헝크러지고 주택의 색채나 굴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생활수준을 짐작할 수가 있다.
◈잘 보존된 원시림
5월 12일 대망의 백두산 탐방을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열차를 이용하면 20여시간이 소요되나 제주도 방북단을 위한 특별한 배려로 삼지연까지 비행기편을 이용하게 됐다.
삼지연에서 버스편으로 신무성을 지나 백두다리까지 50여㎞ 이동하면서 잘 보존된 가문비 나무와 이깔나무 군락의 원시림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해발 2000m고지부터는 목본류는 없고 고산초원지대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만병초가 널리 분포돼 있다.
기상악화로 백두산 천지연은 볼 수가 없었으나 계곡마다에 만년설이 쌓여있으며 압록강의 발원지인 백두폭포와 형제폭포를 뒤로하고 하산하게 되었다.
5월 13일. 옛부터 널리 알려진 능라도를 낀 대동강변에 있는 모란봉과 을밀대, 부벽루는 평양의 명소로 공원지구로 잘 보호되고 있으며 개선문과 김일성 경기장, 모란봉극장 및 조선혁명박물관도 이 지역의 명물이다.
5월 14일. 우리나라 5대 명산으로 알려진 묘향산 방문날이다.
묘향산은 평양에서 150㎞떨어진 평안남북도와 자강도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북한에서는 제일의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유서깊은 보현사와 김일성과 김정일이 받은 선물들을 전시한 국제친선전람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평양과 묘향산은 고속도로가 개설돼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도 잘 정비돼 있다.
평양근교를 벗어나면 어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산림이 심하게 훼손돼 대부분 민둥산이고 더구나 인가가 있는 지역의 야산은 산중턱까지 개간돼 숲은 볼 수가 없다.
◈숲이 없는 민둥산
묘향산을 가고 오는 도중에 인가가 없는 한적한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뜸하게 서있는 소나무 밭에는 낙엽도 한껌없는 것을 보니 취사나 보온용 연료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여겨졌다.
방북 중 북녘 산하를 직접 접하는 좋은 기회였다. 가까이에서 보는 농토는 그리 척박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옥수수의 생육으로 볼 때 비료를 준 흔적이 없으며 사과밭에는 토지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밀식재배에 간작(間作)하고 있는 점으로 봐서 토지나 비료 등 농업자재 북족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능선 비탈까지 개간돼 산사태의 흔적이 뚜렷하고 큰 비가 오면 무너질 위험이 큰 점이였다.
한편 유서깊은 청천강변을 따라 몇 시간을 달려도 화물차나 공사현장을 보기 힘들었다.
5월 15일. 오늘은 북한에서 가장 큰 역사(役事)로 알려진 남포의 서해갑문을 견학하는 날이다. 또 북한 땅을 떠나는 날이기도 해서 조금이라도 더 북녘의 산하와 농촌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평양에서 남포까지는 북한 제일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남포평야로 다른 지역보다는 수리(水利)나 경지 정리는 잘 돼 보였다.
하지만 산야는 오히려 더 황폐화됐고 새봄을 재촉하는 초록빛 들판은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철로변 비탈에서 몇 마리 안되는 산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은 농촌 들녘이 정경이라기보다는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북녘 산야도 우리 강토라 보면 어떻게 하면 예전의 기름진 옥토로 되살릴 수는 있을까 하는 과제를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허인옥·제주대 명예교수>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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