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연합=EPA

6일 평양에서 열릴 북미 실무협상에서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양국 협상대표가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지 모르는 중대 담판을 벌인다.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는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 즉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구체적 실천 조치들을 놓고 협상을 진행한다.

두 사람은 지난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의 워싱턴 방문 계기에 상견례를 했지만 정상회담 합의문의 초안을 만드는 실질적 협상은 이번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작년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실무협상을 맡았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서 북핵 협상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에 반해 김혁철-비건 조합은 걸어온 길에서는 좀처럼 유사점을 찾기 어려워 북핵 협상 무대의 전면에 거의 처음 나선다는 점이 그나마 공통점으로 꼽힌다.

김혁철 전 대사는 외무성의 '전략통' 출신으로 핵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외무성내 전략부서에 주로 근무해왔기에 김 전 대사는 북핵 협상의 전면에 나설 기회가 드물었다. 하지만 대미협상의 '실전 경험' 부족을 상쇄할 만한 이론과 전략 측면에서의 '내공'이 검증됐기에 중대국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름을 받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달 25일 올린 글에서 김혁철에 대해 고위 외교관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으로 2000년대 초 외무성에 입부한 이후 전략부서에서 근무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태 전 공사는 김혁철 발탁 배경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트럼프가 이미 (새로운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비핵화보다 앞 항에 배치한) 6·12싱가포르합의에 동의하고서도 지금 와서 다시 뒤집어 엎으려는데 대해 각성을 가지고 전략형인 김혁철을 보내 6·12합의에 트럼프를 다시 결박시켜 놓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이에 반해 비건 특별대표는 정부와 의회, 민간기업 등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협상통'으로 평가받는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국장, 미 상원의원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경력이 있으며, 작년 8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실무협상 대표로 부름을 받기 직전까지 미국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부회장을 역임했다.

북한 또는 북핵 관련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경력이지만 그는 임명된 이후 단기간에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북미협상을 준비해왔다는 후문이다. 한국을 방문할 때면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빈번하게 회동할 뿐 아니라 한국의 전직 북핵 협상 대표들을 두루 만나가며 조언을 구할 정도로 업무에 열정을 보여왔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위해 판문점 등 중립지대가 아닌 평양으로 비건 대표를 파견하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5일 "비건 대표가 평양에 간다는 것은 협상에 대한 '위임'을 받았다는 의미"라며 "북한도 협상대표와 수뇌부간의 신속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기에 효율적인 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북미 간에는 고위급보다 비건-김혁철 간의 실무회담이 핵심적인 대화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이어 "미국의 실무회담 수석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만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건 대표를 만난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비핵화 결단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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